[정치] “이번엔 김부겸” “與 돼야 발전” vs “추경호가 자존심” “못 내준다” [대구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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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가 2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세 번째 공약 발표 회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같은 날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남구 대명동 충혼탑을 참배하기에 앞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대구에선 더불어민주당 계열 시장 후보가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민주당이 17개 광역단체 중 14곳을 석권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도 대구·경북(TK)만은 예외였다. ‘보수의 철옹성’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그랬던 대구가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2016년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며 대구에 파란색 퍼즐을 끼워 넣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일찌감치 전략공천 됐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구 달성에서만 3선을 지낸 추경호 의원이 지난 26일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대구엔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부겸 대 추경호’ 구도 여론조사에선 양자 격차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양당 캠프는 “진짜 선거는 지금부터”라며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7일 대구 달성공원 앞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수(65)씨는 ″국민의힘을 찍어주만 마는데(뭐하는데)″라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류효림 기자
27일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 속에선 지지하는 후보와 무관하게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중구 달성공원 새벽시장에서 20년째 커피 장사를 하는 김외선(65)씨는 “이제 대구도 바끼야 되지 않겠느냐”며 “노상 국민의힘을 찍어줘가 된 게 뭐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자영업 하는 아들한테 ‘니 이제 대구 내려와야 안되나’ 카믄 ‘엄마, 대구가서 뭐하는데요, 할 거 있어요?’ 이카니까 내가 할 말이 없다”며 “아직 결정은 몬했지만, 서민들이 잘 살 수 있게 해 주는 후보를 뽑을라 칸다”고 했다.
수성구에 사는 유장하(60)씨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념 갖고만 찍느냐”며 “계파색 옅고 합리적인 김부겸이를 뽑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8년째 자전거 가게를 하는 이영수(65)씨는 “여태까지 국민의힘 이래도 찍어주고 저래도 찍어줬어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오늘 같으면 김부겸이를 찍겠다”고 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3137만원(2024년 기준)으로 30년간 17개 광역단체 중 꼴찌인 대구 경제가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 것이다.
27일 대구 달성공원 앞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갑상(67)씨는 ″김부갬씨가 정치몰이 아무리 해도 (대구 수성갑 의원 시절) 아무것도 안한 거 알 사람들은 다 안다″며 국민의힘 대구시장 추경호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류효림 기자
27일 대구 신매시장에서 속옷가게를 하는 백정현(65)씨는 ″대구, 부산은 지키야 되는데, 그까지 내주뻐리면(내주면) 어떡하노. 난 추경호 찍는다″라고 했다. 류효림 기자
반대로 행정·입법 권력을 한 손에 쥔 민주당을 견제할 보수 세력이 궤멸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또한 적지 않았다. 꽃집을 운영하는 최갑상(67)씨는 “어제(26일) 김부겸 개소식 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많이 내려왔노. 그게 결국 좋은 기 아니라”라며 “경제 전문가인 추경호를 뽑는 게 대구의 자존심과 전통도 지키고 실익도 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시절 명절 때마다 장을 봤다는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20년째 생필품 장사를 하는 김유리(65)씨도 “누가 되든 내게 혜택으로 돌아온 것도, 앞으로도 바뀔 거라는 기대도 없다”면서도 “너무 민주당만 많이 뽑아놓으면 한쪽으로 치우쳐서 견제가 안 된다. 국민의힘이 좋아서 찍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36년째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백정현(65)씨는 “서울에 부산에 대구까지 내줘서야 되겠나”라며 “그것 때문에라도 추경호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27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만난 오현정(40)씨는 ″굳이 주변에 말하진 않지만 저는 김부겸씨 지지해요″라고 말했다. 류효림 기자
세대 간 민심 차이도 감지됐다. 달성군 다사읍에서 딸을 하원시키던 오현정(40)씨는 “국민의힘이 잘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대구 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김부겸 같다”고 했다. 주부 이소진(35)씨도 “남편은 국민의힘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여당 후보를 찍는 게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산동에서 만난 대구 토박이 이인자(75)씨는 “국민의힘이 힘들수록 도와줘야지, 민주당이 해삐리면 독재해 먹을라고 안 하나”라고 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특별한 지지 후보 없이 관망층으로 돌아선 ‘중도 보수’ 잡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김부겸 캠프 관계자는 “상대 후보가 확정되면서 보수층이 결집할 거라는 건 선거 초반부터 설정해놨던 상수고, 앞으로 지지율 조정 국면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급하게 전략을 수정하기보다는 시민 참여형 선거대책위 형태로 중도 보수 유권자까지 껴안는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캠프는 보수층 역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경호 캠프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한 주 의원, 이 전 위원장까지 단일대오를 형성하기로 대체로 뜻을 모은 상태”라며 “보수의 심장은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동하면 지지세가 빠르게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21대 대선 당시 대구 읍면동별 득표율을 정리한 지도 그래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1대 대선 개표 자료를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가공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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