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 레드라인’ 포기하나?…트럼프, 이란의 ‘단계적 합의’ 놓고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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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핵협의 등을 추후로 미루자는 ‘선개방·후협의’ 방안을 제시하자, 미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고에 돌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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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와 백악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보팀 회의…核 레드라인 유지된 듯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비공개 국가안보팀 회의를 주재하고 이란 측 제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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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협상팀의 제안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는 대신 미국이 이란 봉쇄를 해제하고, 핵 프로그램 등 복잡한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미루자는 내용이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을 추후로 미룰 수 있느냐다. 이번 전쟁의 명분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핵과 관련한 성과를 내지 못 할 경우 패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핵무기 보유 저지 등 핵심 ‘레드라인’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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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종전협상 주요 내용 미국 그래픽 이미지.

러시아 개입…핵 관련 절충안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핵 문제 해결을 모든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했던 ‘15년간 핵동결’보다 더 강력한 ‘20년간 핵 프로그램 중단’을 내밀었고,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440㎏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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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이란은 5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뒤 추가로 5년간 저농도 민간용 농축만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유 중인 우라늄은 희석해 절반은 국제사회 감시 하에 자국에 두고, 나머지 절반은 러시아에 이전하는 조건을 달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전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며, 러시아가 모종의 역할을 자처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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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서 이란 중부 이스파한 주 나탄즈 인근 나탄즈 핵 시설의 파손된 건물들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암살하는 공습을 시작으로 두달 가까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려진 것보다 입장 차 크지 않다”

이와 관련 CNN은 이날 중재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양측의 입장 차이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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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테헤란 사데기 광장에서 열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자타바 하메네이를 지지하는 집회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CNN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단계적 절차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첫 단계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나 제한 없는 재개방이고, 핵 프로그램은 나중에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접근 방식은 이란이 러시아와 접촉한 이후 미국에 제시했던 조건과 유사하다.

반면 핵문제 해결을 협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미국이 단계적 해결 방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이란 지부장을 지냈던 대니 시트리노비츠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렵다”며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핵 문제에 대한 협상력을 잃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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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오만 무산담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돌파구 마련 와중…유엔에선 장외 설전

이런 가운데 유엔(UN)에선 호르무즈해협과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란의 날선 장외 설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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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대표단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호르무즈해협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이란의 해협 봉쇄와 기뢰 부설을 ‘인질극’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설 국제 협력체 ‘해양자유연합’ 구성을 제안했다.

월츠 대사는 “국제법상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인질도 협상카드도 통행료를 받는 사유 도로가 아니며, 이란의 불법적 핵 야욕을 위해 협상 카드로 갖고 놀 대상도 아니다”라며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들이 연합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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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해상 안전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도중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이란의 조치는 영해 내 주권 행사이고, 이란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관습 국제법 외 조항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상에서 상선을 나포하고 있는 미국을 “해적이자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선 이란이 개발도상국 중심의 121개 블록인 ‘비동맹 및 기타 국가 그룹’(NAM)의 추천으로 부의장국에 선출되자 미국 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여 국무부 군비통제·비확산국 차관보는 “이란은 오랫동안 NPT의 비확산 의무를 경시해왔다”며 “이란의 부의장국 선출은 NPT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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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7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11차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 참석한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이 미국과 이란의 설전을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자 레자 나자피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로, 핵무기를 계속 확대·현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미국이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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