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쿠팡 김범석 ‘동일인’ 지정…공정위, 5년 만에 규제 칼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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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변경 사유다. 쿠팡 측은 이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공정위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로, 일감 몰아주기 같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 적용의 기준이 된다.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2021년 이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쿠팡의 기업총수를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 이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정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사회적 책임이 강하게 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측이 내건 이번 변경의 핵심 근거는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다. 쿠팡에서 배송캠프 관리 부문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하고,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를 불러 주간 실적을 점검하는 등 사업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를 “업무 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경영활동”으로 판단했다.
직급과 보수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공정위는 단순한 보수 액수보다 등기임원과의 실질적 비교가 중요하다고 보고, 김 부사장의 직급과 처우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기임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사장은 2024년 급여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을 포함해 약 30억원을 받았다. 2021~2024년 누적 보수는 약 140억원에 이른다.
공정거래법은 친·인척의 경영 참여 등 특수관계인에 따른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경영 참여로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충족되지 않게 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김 의장은 2023년까지 미국 국적을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고, 2024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이 생긴 후 이를 적용받아 법인 동일인이 유지돼 왔다.
공정위 판단이 1년 만에 뒤집히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 부사장의 경영 참여 의혹은 2024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그간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인 동일인을 유지해왔다. 이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거치며 여론에 떠밀려 판단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쿠팡 정보유출 관련 국회 청문회 때도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김 부사장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를 계기로 진행된 현장조사에서 경영 참여 사실 등을 새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구조상 기존에는 확인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현장 조사로 보수와 처우 등을 다른 등기임원과의 비교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동일인이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바뀌며 규제 틀도 바뀌게 된다. 김 의장은 매년 배우자와 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정보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김 의장이 지분 20%를 소유하는 국외 계열사들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계열사로 묶일 경우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 공시 의무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사익편취 금지 규제도 적용된다.
자료 제출 과정에서 형사처벌 가능성도 발생한다.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동일인인 김 의장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제출해온 ‘친족 경영 참여 없음’ 확인서가 허위자료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쿠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한국 쿠팡 법인은 동일인 지정의 예외 요건을 계속 충족해 왔다”며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고 한국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소송을 통해 판단의 위법성을 다투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이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 측은 그동안 동일인 지정 움직임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정부 역시 김 의장에 대한 법적 안전보장을 안보 현안 논의와 묶어 한국 측을 압박해왔다. 반면 공정위는 “공정위의 정당한 법 집행 부분에 대해 미국에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제”라며 “통상 문제를 이유로 예외를 두면 공정거래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등의 한국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상장 기업이 동일인 규제를 받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개인을 정점으로 기업집단을 규율하고, 친인척 재산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워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규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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