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월24일 이전 제품은 괜찮아” 전자담배 단속원이 알려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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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흡연 부스 외부에는 ‘금연구역입니다’라는 안내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흡연 중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서울 중구청 소속 단속원들을 보고 부스 내부로 몸을 숨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자담배를 피우는 일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담배를 피웠다.
서울시 구청 단속원들이 금연구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남성에게 과태료 면제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이날부터 합성니코틴이 포함된 액상형 전자담배도 규제의 대상이 됐다. 금연구역 내 흡연 적발 시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시민에게 다가가 “금연구역 위반으로 단속되셨으니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자 당사자들은 “이건 액상형이라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일부는 단속원들에게 욕설하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고, 과태료 고지서를 받자마자 눈앞에서 찢으며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청 등과 함께 단속 현장을 수차례 동행한 결과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기존에는 천연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만 단속 대상이었던 탓에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단속 기준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금연구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흡연해 단속된 시민이 찢어버리고 간 과태료 고지서의 모습. 김창용 기자
제조 일자에 따른 단속도 문제였다. 반발하는 흡연자들에게 단속원들이 “제조 일자가 24일 이전이면 단속 대상이 아닌데 혹시 제조 일자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 흡연자들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액상형 전자담배 대부분은 기기나 액상을 담는 용기에 제조 일자가 적혀있지 않다. 단속을 당한 사람들은 “제조 일자를 외우고 다니기라도 하라는 얘기냐”거나 “박스를 가지고 다녀야 하느냐”며 오히려 더 반발했다. 단속원들은 “액상만 봐서는 합성 니코틴과 천연 니코틴을 구분할 방법이 없고, 제조 일자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현장에서 조치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서울 내 구청 소속 단속원들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시민에게 과태를 부과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법 시행일(24일) 이후 반출·수입 신고된 제품부터 적용’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현장을 점검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 시행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복지부가 지자체들에 ‘6월 23일 이후로 단속을 유예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다시 보냈다. 법 개정안의 부칙에 ‘법 시행일(24일) 이후 반출·수입 신고된 제품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법에 따르면 법 시행일 이전에 생산 혹은 수입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단속할 수가 없다”면서 “법 시행일 이전에 생산 혹은 수입한 전자담배 재고가 아직 소진되지 않아 현장 혼선 방지를 위해 단속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현장 관계자들은 “왜 갑자기 말을 바꿔서 오히려 혼선을 주냐”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다.
전자담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꼼수’가 공유되고 있다. 각종 전자담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액상 박스 제조 일자로 입증이 가능하면 (단속 기준일 이전에 생산된) 액상 박스만 보관해두면 되는 것 아니냐”라거나 “유사 니코틴이나 향료만 들어간 건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등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부스 밖에서 흡연해 단속에 걸린 시민이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 든 모습. 김창용 기자
이에 보다 촘촘한 입법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흡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담배회사들은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제품을 꾸준히 변화시켜 왔는데, 법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그러니 법망을 빠져나가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규제 밖에 있는 담배 시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합성 니코틴을 단속해도 무 니코틴이나 유사 니코틴 등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런 제품들에 대해서도 규제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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