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 20㎏ 사면 월급 바닥…트럼프 호언처럼 숨막히는 이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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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테헤란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여성 마리암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남편과 튀르키예 국경을 넘었다. 식용유를 사다 팔기 위해서다. 그는 “5ℓ 식용유 한 병을 10달러(약 1만5000원)에 샀다. 이란에서 되팔면 병당 2달러(약 3000원)를 남길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NYT는 국경을 오가는 식용유 거래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란을 덮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기가 최근 몇달 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전쟁 석 달 째에 접어든 이란이 특유의 ‘저항 경제(Resistance Economy)’조차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혔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역(逆)봉쇄 전략으로 이란의 수출입 관문을 걸어 잠그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합의할 때까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며 “그들(이란)은 숨 막힌 돼지처럼 질식하고 있고, 더 나빠질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다. 경제난으로 지난 연말연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까지 겪었는데 전쟁으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오랜 경제 제재에도 버틸 수 있었던 핵심 기반인 에너지 시설마저 공습당한 여파다. 이란 정부는 전쟁으로 약 200만 명이 실직했다고 추산했다. 전체 취업인구(2500만 명)의 8%가량이다.

인플레이션도 살인적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이란 화폐(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180만 리알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5년 미국 등 서방과 핵 합의(JCPOA)를 타결할 무렵 달러당 3만2000 리알에서 10여년 새 5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물가상승률이 68.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는 더 심각하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환율로 테헤란 바흐만 도매시장에서 계란 한 판(30구) 가격은 500만 리알(약 3달러), 닭고기는 ㎏당 320만 리알(약 2달러), 국내산 쌀은 ㎏당 290만∼460만 리알(1.7∼2.7달러)이다. 소매 가격은 훨씬 비싸 계란 한 판을 사려면 한화로 약 9000원, 쌀 1㎏엔 약 7000원을 줘야 한다. 최저임금(98달러, 약 14만5000원)을 받는 서민이 쌀 20㎏을 사면 한 달 월급이 바닥날 정도다. NYT는 “현재 같은 경제 상황이 지속한다면 많은 이란인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을 훔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항해 왔다. 전쟁 이후로 최저임금과 공무원 급여를 인상했다. 빈곤층에 현금을 쥐여주고 쌀·닭고기 등 식료품 쿠폰도 발급했다. 물가를 따라잡기 위해 3월부터 1000만 리알 고액권 지폐도 발행하기 시작했다. 국민에겐 물·전기·가스 소비를 줄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카스피해를 통해 물자를 수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임계점에 다다른 이란이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란 수뇌부가 제재 해제를 위해 결국 미국과 종전 협상에 응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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