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들러리 안 선다” 삼전 노조 열흘새 2500명 탈퇴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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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전ㆍ모바일(DX) 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탈퇴 행렬이 이어지며 내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초기업노조)의 요구안이 반도체(DS) 부문의 성과급에만 치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비(非)반도체 완제품 부문 직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이탈이 확산하면서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연합뉴스
3일 만에 1500명 ‘증발’…탈퇴 인증 릴레이
정근영 디자이너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조인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는 노조 탈퇴를 신청하는 게시글로 도배되고 있다. 평소 하루 100건 미만이었던 탈퇴 신청은 이달 2일까지 최근 10일간 2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전체 조합원 수 기준으로 봐도 약 7만6045명(지난달 29일)에서 7만4750명(지난 2일)으로 단 3일 만에 1300명 이상 급감했다. 초기업노조 출범 이후 이례적인 규모의 ‘집단 이탈’이다.
갈등의 도화선은 극명하게 엇갈린 실적과 그에 따른 ‘보상 격차’다. 가전과 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이른바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3조원)이 전년(4조7000억원) 대비 36% 급감했다. 반면 반도체(DS) 부문은 같은 기간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홀로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노조의 요구안(영업이익 15% 배분ㆍ지급 상한 폐지)을 1분기 실적에 대입하면 단순 계산 시 DS 소속 직원은 1인당 분기당 1억340만원을 받는다. 반면 DX 직원은 890만원 정도에 그쳐 보상 간극이 11배 이상 벌어진다. DX 부문 초기업노조원 A씨는 “DX는 ‘희망퇴직’ 얘기가 도는데 DS는 1년에 6억 성과급 얘기가 나온다”며 “사실상 DS 부문 들러리만 서는 것 같아 파업도 반대했다”고 했다. 또 다른 DX 조합원은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ㆍ시스템LSI 사업부도 DS 소속이라는 이유로 고액 성과급을 받는데, 흑자인 DX는 소외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조의 운영 방식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조는 쟁의 기간 조합비를 월 5만원으로 인상하고,총 파업 기간 노조 스태프 활동가들에게 수당 3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내 이익은 대변해주지도 않으면서 조합비만 뜯어간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도입된 ‘체크오프(급여 자동 공제)’ 제도로 인해 노조 가입 사실이 회사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 직원들의 이탈도 한몫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DX를 그렇게 무시하더니 노조가 알아서 와해된다. 반도체만의 노조로 잘해봐라”, “결국 당신들(DS)이 휘두른 칼에 당신들이 맞고 쓰러질 듯하다. 나 포함 내 주변은 모두 탈퇴했다” 등의 탈퇴 인증 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DX 직원은 “노조가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서 DX직원들이 탈퇴하는 것”이라며 “노조 안건과 소식을 DS에만 공유하고, DX 사업장에는 홍보 활동은 전무한 데다 질의도 대답을 안 해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강경 돌아선 초기업노조에…‘이게 실리냐’
정근영 디자이너
사업 사이클과 이익 구조, 성격이 다른 DS와 DX를 ‘성과급’이라는 단일 동력으로 묶으려 한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조합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다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DX는 구조조정 우려까지 제기되는 반면 DS는 메모리 수퍼사이클에 따른 기대가 커지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처럼 이해관계가 크게 다른 조직이 하나의 노조 틀 안에 묶여 있다 보니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정 이념으로 결속된 타기업 기존 노조와 달리, 보상이라는 실리적 가치로 탄생했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실리’로 호감을 산 초기업노조가 예상을 깬 강경 파업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 반감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2024년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 때 “근로조건 향상이 아닌 상급단체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게 목적으로 보여 목적성이 불분명하다”, “삼성 직원들을 위하는 교섭에 집중하고 노사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성과급 체계라 하더라도 보상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직과 연구직 간의 ‘직군 간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석·박사 연구직과 생산직이 동일한 성과급을 받는 것이 공정하냐”는 주장과 “현장 인력의 기여를 폄하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맞서는 양상이다.
초기업노조 역시 생산직 비중이 높은 DS 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사업부의 가입률이 79.8%로 가장 높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그룹 임원은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 단위가 아니라 개인·직무별 기여도를 반영한 보상 체계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부서별 같은 비율로 나누는 방식은 오히려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내부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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