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르무즈 우회로’ 푸자이라 노린 이란…美 작전 빈틈도 드러났다
-
1회 연결
본문
한 달 가까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미·이란 휴전이 파열음을 넘어 전쟁의 지역 확대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푸자이라를 타격한 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에너지 수송로의 숨통마저 조이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걸프 해역에 갇힌 선박들을 호르무즈해협 밖으로 빼내기 위해 가동한 프로젝트 프리덤이 결과적으로 무력 충돌 재개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해협 보호에 집중하느라 오히려 해협 밖 동맹국의 우회로가 뚫리는 변칙 타격을 허용한 데 대해 미국은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호르무즈해협 우회 원유 수출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석유산업지대에서 지난 3월 14일 드론 요격 잔해로 발생한 화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격 당한 호르무즈 비상구…이란 “수렁 빠지지 말라” 으름장
UAE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2발, 순항미사일 3발, 드론 4대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잔해와 드론이 떨어진 동부 푸자이라의 석유산업단지(FOIZ)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인도 국적 노동자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UAE를 구성하는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푸자이라의 공보청도 “FOIZ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민방위대가 즉각 투입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UAE를 겨냥할 계획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미국과 UAE 모두 수렁에 다시 휘말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UAE와의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 미국의 해상 작전에 대한 대응임을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공격이 민감한 이유는 푸자이라의 위치 때문이다. 푸자이라는 페르시아만 안쪽이 아니라 오만만에 접한 UAE 동부 항구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지 않고 원유를 외부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출구다.

이란군이 4일 공개한 호르무즈해협 지도. 해협 입구와 출구에 각각 붉은 색 통제선이 그어져있다. 사진 국영 IRIB방송 캡처
흔들리는 안전장치… 에너지 안보 셈법 뒤집은 변칙 타격
UAE가 2012년부터 아부다비 내륙 유전 지대에서 푸자이라까지 이어지는 약 380㎞ 길이의 원유 송유관을 구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송유관을 최대로 가동한다 해도 물동량은 호르무즈해협을 평시 통과하던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4분의 1 이하 수준에 그치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때마다 남은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푸자이라를 압박 카드로 꺼내 들면서 이런 계산은 흔들리게 됐다. 우회로마저 위험해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위기의 전선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란의 강대강 맞불…빈틈 드러낸 미군 “UAE 문제다”
이란의 도발 시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이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한 직후 이번 공격이 이뤄진 건 미국의 강경 기조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란의 결사항전 의지로도 읽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같은 날 공개한 새 해상 통제구역 지도 역시 강대강 대응 기조를 보여준다. IRGC 해군은 호르무즈해협의 입구에 해당하는 동남쪽으로 이란 모바라크산에서 UAE 푸자이라의 남쪽을 이은 직선을 새로운 통제선으로 설정했다. 호르무즈해협 폭 전체를 사실상 자국 관할 수역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해협에서 4일(현지시간) 선박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으로선 이란이 해상 통제권을 호르무즈해협 안쪽에서 UAE 연안까지 넓혀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푸자이라 공격이 프로젝트 프리덤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UAE의 국가 관할 문제이며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의 일부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군이 군사력을 집중시킨 호르무즈해협 안쪽이 아니라 해협 바깥이 표적이 된 데 미군 작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