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I 답 무조건 따라가지 마라”…이창호·이세돌 ‘인간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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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과 이세돌 교수가 토크콘서트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6일 오후 2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학본부 2층 강당. 학생과 시민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강당 앞 무대에는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두 천재 기사(棋士) 이창호(51) 9단과 이세돌(43) UNIST 특임교수가 나란히 섰다.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 현장이다.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10년.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드는 시대 두 천재 기사는 '질문'과 '판단' 같은 인간 고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세돌 교수는 "AI 흐름을 따라가는 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생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 역시 "AI가 주는 답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한 뒤 도움을 받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의 중심은 'AI 이후 바둑과 인간의 판단은 어떻게 달라졌는가'였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했던 이 교수는 "예전에는 사람이 둘 수 있는 수의 범위 안에서 고민했다면 지금은 그 틀 자체가 무너졌다"며 "알파고는 바둑 규칙만 배우고 스스로 성장했다. 다른 분야 AI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교수가 토크콘서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윤호 기자
이 9단도 "이제는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판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며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인문학 등 기본적인 토대 위에서 그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질문에 답하는 이창호 9단 연합뉴스
두 사람은 AI가 더 많은 답을 보여줄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 답을 이해하고 자기 판단으로 옮기는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AI는 답을 빠르게 찾지만,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중요한 건 사람이 그 답을 보고 무엇을 다시 물을 수 있느냐"라고 했다.
AI가 바둑계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 교수는 "원래는 기사마다 초반 50수 정도만 봐도 누구의 바둑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이 뚜렷했다"며 "AI 등장 이후 효율적인 수를 따라가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많은 기사의 바둑이 비슷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작은 차이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AI의 도움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질문에 답하는 이세돌 교수. 연합뉴스
두 기사는 승부의 세계에서 겪어온 '패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패배는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시작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9단 역시 "패배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보는 시간이 다음 승부를 만든다"고 전했다.
바둑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이 교수는 "AI가 인간을 넘어섰다고 해서 인간 바둑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9단 역시 "AI 시대이지만 인간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행사는 UNIST가 내년 신설을 추진 중인 'GRIT 인재융합학부'의 교육 철학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바둑은 AI 시대 인간에게 필요한 역량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게임"이라며 "이번 토크콘서트가 학생과 시민들이 인간 고유의 끈기와 창의성, 판단력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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