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치사율 38%’ 그놈 덮쳤다…벌써 3명 숨진 크루즈 미스터리
-
1회 연결
본문
147명을 태운 대서양 횡단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가 3주 새 3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왔다.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닻을 내린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 옆으로 5일(현지시간) 환자 후송용 보트가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극 탐사선 덮친 치사율 38% 바이러스
문제의 선박은 네덜란드 선적의 탐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다. 1인당 1만4000~2만2000유로(약 2100만~3300만원)에 33~43박 일정으로 남극과 남대서양 외딴 섬을 도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최남단 항구 도시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 반도와 사우스조지아 등을 거쳐 서아프리카 앞바다 군도 카보베르데로 향하던 중 한타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23개국에서 온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의 소변·분변·타액 등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폐 손상과 급성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경우 사망률이 약 38%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치료제가 없어 수액 공급 등 대증 치료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김영옥 기자
잇따른 사망과 입항 거부…결국 스페인행
세계보건기구(WHO)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 배에선 확진자 2명, 의심 환자 5명이 나왔다.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첫 번째 사망자는 70세 네덜란드인 남성으로 승선 닷새 뒤인 4월 6일 발열·두통·경미한 설사 증상을 호소하다 11일 호흡 곤란으로 선상에서 숨졌다.
시신은 24일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옮겨졌고 이때 함께 배에서 내린 69세 부인은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다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6일 사망했다. 남아공 보건당국은 지난 4일 사후 검사 결과 부인에게서 한타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세 번째 사망자는 지난 2일 폐렴으로 선상에서 숨진 독일인 여성이다. 시신은 여전히 배 안에 안치돼있는 상태다. 지난달 27일 증세를 보인 영국인 남성은 요하네스버그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남성 역시 지난 2일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이밖에 승무원 2명도 급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해 의료 후송이 추진되고 있다.
배는 지난 4일부터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닻을 내린 채 발이 묶였다. 승객 하선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스페인 보건부는 5일 WHO와 유럽연합(EU)의 요청을 수용해 카보베르데에서 사흘 거리인 카나리아 제도의 입항을 허가했다. 승객 하선 직후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WHO가 주도하는 역학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배에 쥐는 없었다”…이례적 ‘사람 간 전파’ 정황
핵심 쟁점은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여부다. WHO는 사망한 네덜란드 부부가 승선 전 아르헨티나 체류 중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6주인 한타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한 추측이다. 다른 환자들의 경우 기항지에서 설치류에 노출됐을 가능성과 선내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선사 측에 따르면 선내에 쥐는 없었다고 한다.
WHO는 사람 간 전파 정황을 주시하고 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브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5일 “일부 환자 사이에 매우 밀접한 접촉이 확인됐으며, 사람 간 전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사이에 쉽게 퍼지지 않지만 한타바이러스 계열의 안데스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입증된 적이 있다. 안데스바이러스는 2018년 11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돼 2019년 초까지 퍼졌는데, 사망한 부부가 다녀온 곳이 아르헨티나다.
지난해 5월 촬영된 MV 혼디우스호. 로이터=연합뉴스
진원지로 지목된 아르헨티나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수아이아가 속한 주 보건당국은 “지역 내에서 한타바이러스가 보고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WHO는 한타바이러스가 아르헨티나와 칠레 일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잠복기가 길게는 8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승객들이 다른 지역에서 이미 감염된 상태로 승선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