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3년간 美대통령 전쟁 한 번도 못 끝냈다…‘전쟁권한법’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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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이란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진과 이란 국기, “트럼프의 전쟁을 멈춰라”는 문구와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53년 역사를 가진 미국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때문이다.
전쟁권한법은 1973년 제정됐다. 64년 ‘통킹만 사건’ 후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지시로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한 지 9년 만이다. 미 의회에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미국을 무력 분쟁에 끌어넣는 걸 막기 위해 해당 법을 만들었다. 골자는 ▶군사 행동 시작 48시간 내 의회 보고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 60일 제한 ▶철수를 위해 최대 30일 전쟁 기간 연장 가능이다.
전쟁권한법에 따른 이란 전쟁 종료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한 광고판에 이란 전쟁을 지금 당장 끝내라는 광고 문구가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법에 따르면 의회 승인 없이 시작된 이번 전쟁은 지난 1일 끝나야 했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가 이미 종료됐다거나, 지난달 8일 시작된 휴전 기한은 전쟁 수행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면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법이 위헌이란 생각이 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전쟁권한법은 100% 위헌이다. 이는 현 대통령만의 입장이 아니라 이 법이 통과된 이후 모든 행정부가 취해온 입장”이라며 “의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통보 등 일부 절차를 준수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 “모든 다른 대통령들이 이것을 완전히 위헌이라고 여겼고, 우리도 동의한다”며 “이 법은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왜 우리가 예외여야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은 전쟁권한법을 위헌이라 여겨 왔다. 대통령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규정한 미 헌법 2조에 근거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사용하는 헌법적 권한인 무력 사용을 막아선다”는 논리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은 모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전쟁권한법을 지키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다만 법 테두리 안에서 우회로를 찾아 60일을 넘겨 전쟁을 벌였다. 루비오의 말처럼 의회와의 갈등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를 79일간 폭격했다. 의회의 관련 예산 승인이 사실상 전쟁 허가라는 논리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1년 리비아 군사작전 당시 지상군 투입이 없었으므로 ‘적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위해 2001년과 2002년에 의회를 통과한 ‘무력사용 승인(AUMF)’ 도 자주 활용됐다. AUMF는 특정 목적과 범위에서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허가하는 걸 말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AUMF를 통해 60일 제한 조항을 피해갔는데, 이후 대통령들도 이를 자신들이 벌인 전쟁에 적용했다.
오바마는 이슬람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2014년 시리아에 미군을 파병하는 근거로 AUMF를 들었다. 트럼프가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할 때도 AUMF를 적용했다. 다만 AUMF는 지난해 12월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발효되며 폐지됐다.
행정부와 달리 미 의회에선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이번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법안을 민주당을 중심으로 여러 번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근소하게 의석이 앞선 공화당의 반대로 계속 부결됐다. 법적 판결도 쉽지 않다. 사법부가 전통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개입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법원은 전쟁을 두고 벌이는 대통령과 의회 간 갈등은 판결 범위를 넘어서는 ‘정치적 문제’라고 판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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