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뷔 40주년 조수미가 조수미에게…“여기까지 잘 왔다, 장하다”
-
2회 연결
본문
소프라노 조수미가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감사하다. 그리고 장하다. 잘 왔다. 너무 대견하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6일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활동의 소회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국제 무대에 데뷔한 후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프리마돈나(오페라의 여주인공을 맡은 소프라노 가수) 공연, 동양인 최초 그래미 어워즈 수상(1993),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2025) 등 최초·최고의 길을 걸어온 그였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아주 자랑스럽게 이 자리까지 왔다”며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말투로 지난 세월을 요약했다.
조수미는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을 맞아 7일 스페셜 앨범 ‘컨티뉴엄(Continuum)’을 발매한다. 이와 함께 9일 창원 성산아트홀을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총 22회에 걸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고, 자신의 이름을 딴 콩쿠르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신보는 총 11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조수미의 40년 활동을 집약하는 동시에 앞으로 그가 추구할 음악적 방향도 함께 담았다. 그간 녹음하지 않았던 고난도 아리아, 국내외 작곡가들의 신곡 등이 수록됐다. 조수미는 “첫번째 트랙으로는 평소 너무 어려워서 녹음조차 힘들었던, 러시아 작곡가 레인홀트 글리에르의 ‘콜로라투라를 위한 콘서트 중 안단테’를 넣었다”며 “이 밖에도 작곡가 이루마 커리어의 최고 명곡이 될 것 같은 ‘앙코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조수미가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 무대에 올랐던 당시의 사진.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연기하고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의 클래식·재즈 레이블 SM클래식스가 음반을 제작하면서 대중 음악과 접점을 넓힌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그룹 엑소의 수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도 이번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조수미는 “수호가 ‘로망스’를 녹음할 당시 나는 뉴욕에서 새벽 1시30분에 온라인으로 그와 인사하고 녹음을 지켜봤다. 정말 열심히 한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오픈 마인드의 예술가라는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K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듣는 사람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성악가 조수미와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CAO(왼쪽)가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SM 클래식스 전속 레코딩 계약 체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국제 무대를 위주로 활동해 온 조수미는 올해만큼은 국내 관객을 자주 만날 계획이다. 9일 창원 성산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수도권, 지역 공연장을 오가며 총 22회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연다. 첫 전국 투어 장소인 창원에 대해 조수미는 “부모님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며 “노래에 대한 용기를 갖게 해주신 중요한 두 분에게 이 앨범을 라이브로 들려드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성악가의 꿈을 포기했던 어머니의 열정과 고집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8시간씩 치게 했다. 억울하고 화도 많이 났지만, 그때 ‘세계적인 사람이 되려면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무작정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 찾아가 극장장을 만나겠다고 수위를 붙잡고 물고 늘어졌던 사람이다. 결국 극장장을 만나 ‘우리 딸이 이 무대에 서야 하는데, 뭘 배우면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잊을 수 없었던 공연도 있었다. 2000년 서울에서 북한의 성악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할 때였다. “쉬는 시간에도 의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악기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기계체조 하듯 움직이던 연주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에 함께 공연했던 북측 성악가에게 앵콜 곡으로 ‘고향의 봄’을 부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는데 그러곤 3분이나 됐을까. 북측 관계자들이 들이닥쳐 그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 앵콜 곡도 맘대로 고를 수 없을 만큼 자유가 없는 곳에서 하는 예술은 얼마나 차가울까 생각했다. 북한의 성악가와 만난 지 48시간 만에 헤어지며 엉엉 울었다. 누군가 내게 사람에게,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자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조수미 콩쿠르 포스터. [사진 SMI엔터테인먼트]
조수미의 또 다른 목표는 후학 양성이다. 마스터 클래스 등을 꾸준히 개최하는 것은 물론, 2024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열었고 수상자들과 함께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올해는 7월 11일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에서 두 번째 대회 파이널 라운드가 개최된다. 조수미는 “이번 콩쿠르에는 55개국 500여명이 지원했다”며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음악 인생동안 착하고 선하게 살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겠다”고 했다. “성악가는 노래하는 걸 2분 10초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 스캔이 된다. 그래서 항상 ‘예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친절함과 진실함은 통한다. 꾸준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돌려드리는 삶을 살겠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