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러시아는 집에 가라” 시위…떠들썩하게 문 연 베니스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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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제 여성단체인 페멘(FEMEN)과 푸시 라이엇 활동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베니스 AFP=연합]

“노(No) 푸틴, 노 러시아!” “러시아는 집에 가라!”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앞, 핑크색 복면을 한 여성들이 핑크색 연막탄을 터트리며 구호를 외쳤다. 국가관 앞에 선 조각상에도 같은 복면을 씌우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둘렀다. 국제 여성 단체 페멘(FEMEN)과 푸시 라이엇(Pussy Riot)은 베니스 비엔날레에 러시아관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6년 만에 전시를 재개한 러시아관이 전날부터 테크노 음악을 틀고 디제잉과 퍼포먼스를 하며 관객들에게 주류를 나눠주기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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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을 멈춰라""학살을 예술로 포장하지 말라" 6일 이스라엘관 앞에서 '예술은 학살을 용납하지 않는다' 연합의 200여명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베니스EPA=연합]

이스라엘관 앞에서도 ‘예술은 학살을 용납하지 않는다(Anga)’ 연합이 ‘학살 국가관은 닫아라’‘베니스에서의 죽음’ 등이 적힌 전단을 뿌렸다. 이들은 8일 지역 노조 및 문화 단체들과 함께 24시간 파업을 계획 중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도 '해방공간' 주제로 개막

잇단 시위 속 떠들썩하게 시작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단조로’  

불참 선언, 심사위원단 총사퇴, 황금사자상 폐지, 그리고 시위, 시위, 시위….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단조로(In Minor Keys)’라는 주제와는 달리 떠들썩하게 시작됐다. 9일 개막을 앞두고 5~8일 미디어·전문가 대상 프리뷰를 열었다. 비엔날레 재단은 4일 “이란이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심사위원단 5인 전원이 총사퇴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 후보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뒤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이에 해당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은 이에 9일 개막식에서 열던 시상식을 11월 22일 폐막일로 연기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등의 시상 제도 대신에 관객 투표로 ‘방문객 사자상’을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이스라엘도 수상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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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아기 달 아기'라는 제목으로 개막한 일본관에서 관람객이 6㎏ 아기 인형을 안고 있다. 참여 작가인 에이 아라카와 내시가 육아로 체험한 4개월 아기의 무게다. [베니스 AP=연합]

1895년 창설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비엔날레’의 시초다.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전시와 각국에서 꾸리는 국가관으로 크게 나뉜다. 개별 작가뿐 아니라 국가관 차원에서 심사와 시상이 이뤄지기에 ‘미술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올해의 본전시는 카메룬 출신의 여성 감독 코요 쿠오(1967~2025)가 기획해 111명(팀) 작가들의 작품들로 꾸렸다. 국가관에는 99개국이 참여했다. 주제에 대해 쿠오는 “공포의 광경을 거부함으로써 이제는 단조의 선율, 속삭임에 조용히 귀 기울이며, 낮은 주파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한 바 있지만 지난해 간암 진단을 받고 57세로 별세했다. 그의 큐레이터 팀이 꾸린 이번 전시는 지난 회 331명(팀)에 비해 규모를 대폭 줄여 작가별 출품작을 늘렸고,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가 20%,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이 15%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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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시에 참가한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 화석판을 천칭처럼 매단 〈우리 주변에서 증발하는 것들〉 옆에 섰다. 베니스=권근영 기자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 미술가로는 제주 해녀들의 숨 참는 행위를 주제로 서정적인 2채널 영상을 내놓은 요이가 유일하다. 한국계 미술가로는 화석판에 1940년생 어머니의 피란 회고담 음성을 설치한 마이클 주,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V&A)이 꾸린 응용미술관에 단독 작가로 참여한 갈라 포라스-김이 있다.

건물 외벽에 침술 하듯 뾰족뾰족 동파이프 꽂은 한국관, 6일 개막  

한국관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라는 주제로 6일 개막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 수립까지의 3년을 주제 삼았다. 최빛나 예술감독은 “2024년 말 계엄 사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순간들이 어떻게 공동체의 상상력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왔는지 다루는 전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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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의 동파이프 조각 '메르디앙'이 외벽에 꽂힌 2026 한국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설치 전경.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에는 손바닥만 한 오간자 천 조각 4000여장을 이어 한국관을 가리고 품었다. 노혜리의 ‘베어링(Bearing)’이다. 노혜리는 통로를 따라 8개의 가설 조형물인 ‘스테이션’을 만들고 여기 농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가 황예지 등을 펠로로 초대했다. ‘애도 스테이션’ 바닥에는 한강의 설치 ‘더 퓨너럴(장례)’이 놓였다. 흰 소금 위에 검게 칠한 나무들을 꽂은 조형물로 목조 가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볼 수 있다. 전시 도록에도 이 장면을 묘사한 그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의 앞머리가 수록됐다. “마치 수천 명의 남녀와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라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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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내부 '애도 스테이션' 바닥에는 한강의 '장례'가 놓였다. 제주 4ㆍ3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모티브가 된 이미지다. 베니스=권근영 기자

흰 건물 안팎엔 뾰족뾰족 동파이프 조형물이 꽂혔다. 최고은의 ‘메르디앙’이다. 침술 하듯 건물의 막힌 혈 자리를 열거나, 풀숲을 기어나가 이웃 일본관 앞마당으로 침투하기도 했다. 200개의 아기 인형을 설치한 일본관에서도 2개의 인형은 한국관을 바라보게 설치했다. 각각 3·1과 5·18이라 이름 붙인 인형이 만세를 부르거나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개막식에서는 가수 이랑의 노래에 맞춰 일본관의 아기 인형을 안은 참가자들이 행진했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이후 일본과의 첫 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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