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장남원:움직이는 섬 고래’ 사진전 11일 개막…경주 솔거미술관에서 9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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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수중사진가 장남원씨가 지난 2024년 4월 4일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동쪽으로 900㎞ 떨어진 모리셔스 인근 바다에서 맨몸의 다이버와 마주친 향유고래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 ‘고요속에서’. 가로 2m. 사진 장남원 작가
국내 최고의 수중사진 전문가인 장남원(74) 씨가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장남원 : 움직이는 섬 고래’ 사진전을 연다.
공사가 마련한 이번 전시는 고래를 통해 인간의 사회적 관계성을 살펴보고 그 감동을 도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 씨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중에서 고래를 찍는 사진작가다. 그는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23년간 취재 현장을 지켰다. 남북 고위급 회담 평양 특파원과 소말리아 내전, 르완다 내전, 걸프전 등 많은 분쟁 지역에서 종군기자로도 활동했다. 1979년부터 수중 촬영을 시작한 그는 신문사를 떠난 후 수중사진의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지난 2022년 전 국민을 홀렸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장 작가의 고래 작품이 소개됐다. 드라마 4회, 대회의실에 걸린 가로 6m, 세로 3m 크기의 대형 혹등고래 사진을 보고 우영우(박은빈)는 어린아이처럼 울며 벅찬 감동과 함께 다시 힘을 냈다. 우영우가 우울할 때 그를 위로해준 친구가 고래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속 ‘법무법인 한바다’의 회의실에는 혹등고래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 사진은 국내 유일의 고래전문 사진가 장남원 작가가 남태평양 통가 왕국 해역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방송 캡처
장 작가가 고래와 운명처럼 만난 건 지난 1992년이다. ‘차별화된 사진’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 오키나와 바다로 촬영을 떠났다.
그는 “일본인 배 주인이 고래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집채만 한 크기의 혹등고래와 마주쳤다. 물속에선 4배로 확대돼 보이니 무서웠다”며 “그런데 혹등고래는 덩치에 비해 눈이 아주 작고 순하다. 눈 아래위로 두툼해서 대부분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앞에 등장한 녀석이 그 작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도망도 안 가고, 위협도 안 하고 계속 바라만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날 6컷의 사진을 찍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눈이 잊히지 않았다”며 “말 그대로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34년간 공기통 없이 맨몸으로 방수 카메라 하나 들고 수심 10m까지 내려가 수많은 고래 사진을 찍었다. 10번의 고래사진전을 열었고, 세계적으로도 귀한 고래 전문 사진집『움직이는 섬』을 출판했다.
16㎜ 광각렌즈를 수중촬영에 도입한 것도 장 작가가 국내 처음이다. 그가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던 80년대 국내 수중 사진계는 주로 접사사진 위주였는데, 광각렌즈를 이용한 거대한 바다의 웅장한 이미지를 주로 소개했던 장 작가의 사진작품은 국내 수중 사진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의 고래사진은 대부분 흑백이다. 작가는 “색을 지워 버리면 형태와 콘트라스트(대비)만 강하게 남는다”며 “동양화나 추상화 같은 느낌? 운보 김기창 화백의 바보산수처럼, 깨끗하고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고래는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다. 거대한 몸짓과 느린 유영, 그리고 깊은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리듬은 인간 중심의 시간과 감각을 해체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그의 카메라는 기록의 도구를 넘어, 인간과 자연 사이에 놓인 거리를 사유하게 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또한 한순간의 장면을 포착하는 기술을 넘어, 기다림과 공존의 태도로 축적된 시간의 결과이다. 그의 시선은 말없이 흐르는 바다처럼 조용하지만 깊게 우리 안으로 스며든다.
장 작가는 “고래를 찍지만 사실은 인간이 잃어버린 감각을 찍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처럼, 우리의 삶 또한 더 넓고 깊을 수 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경주솔거미술관은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장남원 : 움직이는 섬 고래’사진전을 개최한다. 사진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김남일 사장은 “경상북도는 환동해권을 영역으로 예부터 바다를 조망하며 살아왔다”며 “이번 전시가 바다의 상징인 고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심도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은 장 작가의 11번째 고래 사진 전시회다. 수m에 달하는 크기의 향유·혹등 고래 작품 29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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