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이징 담판’ 승부수?…‘관세 위법’ 판결날 호르무즈 ‘교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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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던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다시 무력 충돌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해협에 진입한 미군 구축함을 향해 공격을 가했고, 미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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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시로 진행되고 있는 링컨 기념관 앞 연못을 살펴보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잇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휴전이 끝난 건 아니라면서도 “이란이 빨리 (종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리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란은 “적들이 휴전 협상을 깨고 민간시설까지 공격했다”고 반발하며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나비처럼 추락”…핵 ‘레드라인’ 강조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이유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반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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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사진 속에 지난 3일 중동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H.W. 부시호(CVN 77)의 모습이 확인된다. AFP=연합뉴스

반격 대상에는 “미사일·드론 발사기지와 지휘통제소, 정찰·감시·정보 기지 등 미군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란군 시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우리의 구축함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쉽게 격추되었고, 드론도 공중에서 소각됐다”며 “마치 나비가 무덤으로 떨어지듯 아름답게 바다로 떨어졌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 지도부를 “미치광이”라고 비난하며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보복을 가할 거라고 위협했다. 특히 “그들은 결코 핵무기를 사용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핵포기가 협상의 ‘레드라인’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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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교전과 관련 ″그들은 나비가 무덤에 떨어지듯 아름답게 바다로 추락했다″며 이란이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기뢰밭’에 구축함 투입…트럼프의 노림수?

이날 교전의 발단은 미군 구축함 3척이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감행한 일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곳곳에 기뢰를 설치하고 해협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 구축함을 투입한 것은 이란의 반발과 그에 따른 대응 사격까지 계산한 뒤 전개한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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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8일 공개된 영상에 이란 해군이 미상의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은 이날 이란의 군사력 투입을 확인하자마자 즉각 ‘원점 타격’으로 응수했다. 이란의 남은 군사력과 이들에 대한 지휘·통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동시에 언제든 이란이 주장하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해 해협을 협상의 지렛대로 쓰려는 이란의 의도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부사령부의 발표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에 합의를 종용하며 ‘빨리(FAST)’라는 문구를 대문자로 적어 이란의 신속한 합의안 수용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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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ABC와의 인터뷰에서도 ‘휴전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휴전을 계속되고 있고, 아직 유효하다”며 이란의 선택을 압박하는 한편 이날 원점 타격을 “단지 가볍게 툭 친 것(love tap)”이라며 경우에 따라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해 “그 정도는 사소한 일”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날려버렸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합의를 거부하면) 이란에서 거대한 섬광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빨리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이란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절하게 합의를 원한다”고 주장하며 교전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핵포기’ 도장 압박용?…“핵 프로그램이 걸림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담은 종전 양해각서(MOU)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특히 그동안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핵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그들도 동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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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에 호르무즈해협을 묘사한 광고판 앞에 이란 시민들이 이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 했고, 미국 측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1차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이 가짜 악시오스(Operation Fauxios)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리 3명을 인용해 “합의안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핵 농축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에 대한 처리 방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종전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승부수 통할지 미지수…“휴전 붕괴 위협 고조”

미국 언론들은 이번 충돌이 협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이번에 격화한 공격은 지난달부터 유지되며 몇 주간 이란에 상대적인 평온을 가져다준 휴전 체제의 붕괴 위협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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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워싱턴 링컨 기념관 반사 연못 근처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협상 진전을 위해 공격 중단을 전제로 맺은 조건부 휴전이 깨질 경우 서로를 향한 군사 행동을 반복하며 다시 초장기 ‘버티기 대결’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란군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전날 호르무즈해협으로 향하던 이란의 유조선을 공격함으로써 먼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이날 미국의 공습도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시설을 노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해방 프로젝트’ 재개?…상시 교전 우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대응 수위를 더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된 선박을 빼내기 위한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를 중단한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이란과의 합의 진전” 때문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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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항에 정박한 원유·화학제품 운반선 ‘발드 맨(Bald Man)’.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가 자국내 기지와 영공 사용을 거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작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중단 이후 직접 사우디 지도부와 통화해 영공 사용 불가 방침이 철회됐다”며 “국방부는 이번 주 중 작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작전이 재개되고 선박 호위를 위한 미군 군함의 호르무즈해협 진입이 반복될 경우된 이날 발생한 형태의 교전은 상시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방중 앞둔 속도전…협상 지렛대 손상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기한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오는 14~15일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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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만약 정상회담 전에 이란 전쟁을 마무리하고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할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이란전이 해결되지 않은 채 회담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종전을 위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날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대법원의 판결로 원천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글로벌 10% 관세’까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의 위력이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결정에 대해 NYT는 “관세가 주요 정상회담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평가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가장 최신의 법적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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