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류현진, 2006년에도 2026년에도 한화를 지탱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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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로야구 무대에 막 발을 내디딘 ‘괴물 신인’ 류현진은 데뷔하자마자 한화 이글스 부동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 후 20년이 지난 2026년, 류현진은 프로 21년 차 베테랑이 됐지만, 여전히 한화 마운드를 지탱하는 가장 굵직한 기둥이다.

한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지난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을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한화 7-2 승리)째를 올려 KBO리그 통산 120승 고지를 밟았다. 명불허전 제구력과 노련한 수 싸움을 앞세워 공 85개로 아웃카운트 18개를 잡아냈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강속구 투수 문동주까지, 다섯 명 중 세 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한화 선발진에서, 지금 가장 건강하고 든든한 투수는 마흔살 류현진이다. 그는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던 상황에서 (내 손으로)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 승리를 계기로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화는 다음날(7일) 경기도 11-8로 이겨 연승에 성공했다.
최근 한화의 분위기가 침체한 건 9위로 처진 팀 성적 탓만은 아니다. 한화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 문동주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게 돼 최소 1년 이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재활 기간도 길고, 투수에게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이라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후배 문동주를 무척 아끼던 류현진의 마음도 침통하다. 그 자신이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한 경험이 있기에 더 그렇다.

6일 광주 KIA전에서 통산 120승 고지에 오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수술 소견을 듣고 펑펑 우는 문동주에게 “왜 우냐?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수술은 끝나 있을 거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달랬다. 대신 수술 그 자체보다는 그 이후 이어질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잘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다독였다.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할 거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통증도 생긴다. 그걸 잘 이겨내야 복귀할 수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넸다.
어깨 수술 후 성공적인 복귀. 이 쉽지 않은 과제에 도전해야 하는 문동주에게는 다행히 최고의 가이드가 있다. 류현진도 11년 전 어깨 수술 당시 ‘이제 선수 생명이 끝난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에 시달렸지만, 무사히 마운드로 돌아와 2019년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문동주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힘을 줄 생각이다. “은퇴 전 꼭 한화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는 유일한 목표를 함께 이루기 위해서다.

문동주를 격려하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문동주를 격려하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실제로 류현진은 문동주를 포함한 한화의 모든 투수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다. 제아무리 ‘구속 혁명’이 주목받는 시대라 해도, 제구는 투수의 기본 중 기본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20일 롯데 자이언츠전(7이닝 무실점)에서 투구 수 86개 중 볼을 단 18개(스트라이크 68개)만 던지는 극강의 정교함을 보여줬다. 이 장면이 팀에 더 의미가 있었던 건, 한화 투수들이 지난달 1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볼넷 16개와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줘 역대 한 경기 최다 사사구(18개) 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불명예로 내상이 크게 남은 다음 날, 류현진은 불펜 투수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다. 경기 전 불펜에서 포수를 앉혀 놓고 10~15구씩 던지면서 제구를 점검하는 루틴.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불펜 투수들의 훈련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거다. 류현진은 “어차피 캐치볼을 하면서 공을 던지는데, 그럴 바엔 맨땅이 아니라 마운드에서 집중해서 던져보자는 취지였다”며 “외야에서 던지는 것과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하면서 밸런스를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고맙게도 후배들이 잘 호응해줬다”고 설명했다.

6일 광주 KIA전에서 통산 120승 고지에 오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제구는 구속처럼 어느 정도는 재능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없던 루틴이 하나 생긴다고 안 되던 제구가 갑자기 자유자재로 될 리는 없다. 류현진이 이 과정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건 ‘결과’가 아닌 ‘환기’다. 제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최적의 밸런스와 피칭 전략을 고민하고, 경기 전부터 그 마음가짐을 거듭 되새기며 마운드에 오르길 바랐던 거다. 류현진은 “차라리 안타를 맞으라고, 왜 (볼넷으로) 공짜로 주자를 계속 내보내느냐고 했다. 가장 안 좋은 게 볼넷, 볼넷, 볼넷으로 주자를 깔아놓고 점수 안 주려고 한가운데로 던지다 안타를 맞는 것”이라며 “내게 ‘시속 160㎞를 던질래, 제구 잘할래’ 하면 나는 제구를 택하겠다. 이미 우리 팀 후배들은 빠른 공, 좋은 공을 가졌으니 스트라이크존에 자신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한화의 중심인 그는 곧 또 한 번 선수 생활의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120승, 메이저리그(MLB)에서 78승을 올렸다. 이제 2승만 추가하면, 한국인 투수 최초로 한미 통산 200승 고지를 밟게 된다. 한국인 최초 빅리거였던 박찬호의 통산 승수는 129승(MLB 124승, KBO 5승)이다. 류현진이 전인미답의 ‘200’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이 기록은 류현진 자신도 큰 의미를 두는 이정표다. MLB에서의 78승은 두 팀에서 나눠서 했지만, 한국에서의 ‘120승 플러스 알파’는 한화 한 팀에서만 쌓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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