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맞설 무기까지 흔들린다”…美국방 분노케한 ‘기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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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켈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이 10일(현지시간) CBS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의 핵심 무기자산 소진 현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CBS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워싱턴DC 조야에서 ‘무기고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핵심 무기 비축량이 빠르게 줄면서 향후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 대비태세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발단은 우주비행사 출신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애리조나)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공개 충돌이다. 켈리 의원은 10일(현지시간) CBS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자신과 상원 동료 의원들이 최근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정밀타격미사일(PrSM), SM-3 요격미사일 등의 재고 현황에 대해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다며 “우리 탄약고를 얼마나 많이 소진했는지에 대해 ‘충격적’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켈리 민주당 의원 “비축분 보충 수년 걸릴 것”

켈리 의원은 특히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전략도, 계획도, 일정도 없이 미국을 이 상황에 끌어들였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많은 탄약이 소모됐다”며 “그 비축분을 보충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헤그세스 장관이 발끈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켈리 의원이 자신이 받은 국방부의 ‘기밀’ 브리핑 내용을 TV에서 ‘허위적으로 어리석게’ 떠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가 또 한번 선서를 위반한 것인가. 국방부 법률팀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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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이란 전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그세스 국방장관 “기밀, 어리석게 떠벌려”

켈리 의원과 헤그세스 장관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켈리 의원은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군·정보기관 출신인 하원의원 5명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적 명령에는 거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들 6명을 ‘반역자 6인방’이라 부르며 국방부 차원의 조사와 징계 절차를 추진했고, 국방부는 켈리 의원에 견책 서한을 보냈다. 이에 켈리 의원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지난 2월 연방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는 퇴역 군인에게도 적용된다며 켈리 의원 손을 들어줬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에는 켈리 의원이 군 기밀을 누설했다며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논쟁의 초점은 ‘기밀 유출’보다 ‘무기 비축분 실제 현황’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 전쟁 과정에서 일부 핵심 무기를 위험수준까지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전체 재고의 거의 절반을 썼고, 사드 미사일도 절반 이상을 발사했으며, 정밀타격미사일(PrSM) 역시 45% 이상을 소진한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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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핵심 무기 소진…‘대중 억지력 약화’ 우려

문제는 이들 무기가 단순한 전술 자산이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억지력을 이루는 핵심축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드와 SM-3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견제하는 데 필수적인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중동 전장에서의 과도한 무기 소모가 향후 대중(對中)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지난달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이들 고가의 탄약을 생산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생산 확대에도 1~2년이 걸리겠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히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첨단 미사일은 생산시설과 공급망이 제한적이어서 단기간 내 대량 증산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핵심은 무기 부족”vs“정보 유출 부적절”

논쟁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켈리 의원의 발언은 이미 공개된 수준의 정보이며 문제의 본질은 ‘무기 부족’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관련 정보의 공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방부 정책실 이란·이라크 담당 실무관 출신인 마이클 루빈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탄약 고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기밀이 아니며 켈리 의원이 제기한 핵심 논점을 다루기보다 기밀 등급을 두고 안 맞는 소리를 하는 헤그세스 장관의 태도는 사실에 근거한 논박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말했다. 이에 반해 헤그세스 장관과 가까운 하원 군사위 소속 데릭 반 오든 공화당 의원은 “켈리 의원은 지금 당장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징계론을 폈다.

이번 논쟁으로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약 1조5000억 달러(약 2230조원) 규모의 국방예산 증액 필요성도 재조명되고 있다. 레이첼 밴랜딩엄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교수(법학)는 “헤그세스 장관은 켈리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대신 고갈된 무기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예산 요청을 정당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더힐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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