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혼자 살고 싶지만 가족은 필요해…‘구기동 프렌즈’ 인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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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구기동프렌즈' 5회 한 장면. 출연자들이 최다니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미역국과 갈비찜이 포함된생일상을 차렸다. [사진 tvN]
생일 안 챙긴지 오래돼서 생각도 못했어
17년 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27세 훈남 의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다니엘이 마흔살 생일날 눈시울을 붉혔다. 혼자 산 지도 어느덧 20년째. 그는 한 지붕 아래 사는 또래들이 촛불 켠 케이크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자 상기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물을 손등으로 훔친 뒤에는 멋쩍은 듯 “깜짝 놀랐어. 그래서 촛불이 (눈에) 들어갔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6명의 출연자가 식탁에 둘러 앉아 미역국·갈비찜을 함께 먹으며 생일을 다시 한 번 기념했다. 1987~1985년생 미혼 연예인 6명(이다희·장도연·경수진·장근석·최다니엘·안재현)이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주택에서 모여 사는 모습을 담은 tvN 관찰 예능 ‘구기동 프렌즈’(10부작) 5회의 한 장면이다.
tvN에 따르면 프로그램 영상 클립의 디지털 누적 조회수(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통합 수치)는 약 3억뷰로, 올해 런칭한 tvN 예능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각종 에피소드를 담은 유튜브 영상에는 “연예인의 삶은 궁금하지도 않고 식상한데, 이 프로그램은 시트콤같이 재밌다” “서로 배려하며 맞춰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시즌제로 나오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수십 건에서 수백 건 달린다. 펀덱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4월 셋째주 비드라마 기준) 인물 화제성 10위 안에 장도연(3위), 최다니엘(5위), 장근석(9위) 등 출연진 6명 중 3명이 오르기도 했다. 실제 tvN 측은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tvN '구기동프렌즈'의 한 장면. 최다니엘이 초를 밝힌 케이크를 받고 감동받는 모습을 출연자가 사진으로 촬영했다. [사진 tvN]
증가하는 2040세대 1인 가구가 점차 1.5가구를 지향하는 세태를 반영하며 인기를 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1.5가구는 인생 전반에 걸쳐 경제적·정서적으로 강하게 결속되는 혈연 중심의 가족 대신, 개개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식구(함께 식사하는 공동체 구성원)가 느슨하게 연결된 형태를 의미한다. 실제 ‘구기동 프렌즈’에선 출연진들이 각자 방에서 신문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혼자만의 삶’을 즐기다가도, 거실과 주방에서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난자 냉동’ 같은 내밀한 경험을 공유하며 또래 미혼 여성들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댄스나 ‘도예팅’(도예를 매개로 한 미팅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첫화에서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졌지만, 퇴근 후에 느끼는 적막은 힘들다”는 공통된 고민을 털어놨던 출연진들은 “장 볼 때 식재료 버릴 걱정이 없어서 좋다” “(깜짝 파티로)기쁘게 해주려다가 내가 더 많은 걸 받게 됐다”며 함께 사는 즐거움을 고백한다.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한 장면. [사진 KBS]
젊은층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KBS에선 ‘노년의 동반자’를 찾는 5070세대의 로망을 담은 프로그램을 8년째 방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7년간 이어진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박원숙·혜은이·홍진희·황석정 등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관찰 교양 프로그램으로 담았다. 프로그램 초기에 출연했던 김영란은 최근 유튜브에서 박원숙과 만나 프로그램 출연으로 우울증이 치료됐다고 털어놨다. 올해 1월부터는 ‘황신혜의 같이 삽시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들이 모여 엄마이자 여자 연예인의 삶에 관한 고민과 애환을 나눈다.
EBS 장수 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에도 지인·친구들과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 위해 특별한 건물을 지은 사례가 종종 나온다. 2024년 12월에 방영된 ‘어쩌다 만난 이웃집’ ‘조립식 가족, 친구와 살고 있습니다’ 등이 그런 경우다. ‘건축탐구 집’의 문은화 작가는 “사별이나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가 된 장년과 노년층이 오래된 친구나 지인, 심지어는 회사 동료들과 모여 살기 위해 땅을 사서 지근거리에 집을 짓는 사례가 많다”며 “공동체하우스부터 부모와 자식이 서로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까지, 형태는 다양하지만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게 주택 건축 업계에서도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에 방영된 EBS '건축탐구 집'의 한 장면. 60대 여성들이 친구들끼리 모여 살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땅을 사고 집을 지은 사례가 나왔다. [사진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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