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몸으로 공 막는 우규민의 투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까
-
2회 연결
본문
9일 고척 키움전에서 1사 만루 위기를 막고 포효하는 우규민. 사진 KT 위즈
6-6 동점인 연장 10회 말 1사 만루. 안타 하나면 끝나는 순간 땅볼 타구가 투수의 다리를 향했다. 투수의 선택은 단순했다.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공에 맞았다. 다음 동작은 완벽했다. 재빠르게 공을 주웠고,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정확하게 홈으로 던져 3루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켰다. KT 위즈 베테랑 우규민(41)의 이야기다.
우규민은 지난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역전 위기를 앞두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필 주성원이 친 타구는 자신에게 향했다. 우규민은 “타구가 빠르지 않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비 훈련 때 장난 섞어서 이런 연습을 할 때도 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완봉승을 거뒀을 때보다 연락이 더 많이 왔다”며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다. 너무 멀쩡해서 보여드리기가 힘들다”고 웃었다.
타구를 맞았지만 끝까지 송구해 아웃시킨 KT 투수 우규민. 그는 ″다행히 타박상에 그쳤다. 티도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김효경 기자
마운드에 드러누운 우규민은 한참 일어나지 못했다. 속사정이 있었다. 우규민은 “괜찮았지만, 다음 투수들이 불펜에서 몸을 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일부러 조금 더 누워 있었다. 제춘모 투수코치가 올라왔을 때 ‘조금만 더 누워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코치님도 교체 생각이 없다고 해 푹 쉬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험 없는 선수를 올릴 수 없어서 우규민에게 맡겼다.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투수”라고 했다. 하지만 공을 맞은 여파가 없을 순 없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건희 상대로 제구가 흔들렸다. 2구째는 몸쪽 공이 유니폼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김건희가 몸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끝내기 밀어내기 몸맞는공이 될 뻔했다. 우규민은 2볼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삼진을 이끌어낸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규민인 프로 24년차다. 화려하진 않지만 선발,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제 몫을 했다. 통산 868경기에 등판했고, 87승 89패 91세이브 120홀드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투수 최초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3번이나 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우승반지가 없다는 거다.
KT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 사진 KT 위즈
LG 트윈스는 2002년 준우승했으나 우규민이 입단한 2003년부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이후 세 차례(2013, 14, 16년) 가을 야구에 나섰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2017년 삼성으로 이적했으나, 그때는 삼성이 내리막을 걷던 시절이었다. 2021년 정규시즌을 공동 1위로 마쳤으나 KT와 1위 결정전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우규민이 떠난 뒤 LG는 두 번 우승(2023, 2025년)했고, 삼성도 2024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규민은 2024년 KT로 온 뒤에도 징크스가 이어졌다. 현역 선수 중 최장기간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로 남아 있다.
KT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 사진 KT 위즈
그러나 이번 시즌 KT는 투타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우규민의 가슴 속 깊이 자리한 꿈도 커져가고 있다. 우규민은 “4월까지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5월부터는 팀이 확실히 강해진 걸 느꼈다. (최)원준이나 (김)현수가 들어와서 강해졌다”며 “살짝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설레발치거나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겠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잘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