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명품 황제’ LVMH 아르노 회장, 3년 만의 방한 이유…커지는 한국 럭셔리 시장 존재감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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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3년만의 방한이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재편 속에서 전략적 요충지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터라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LVMH 그룹과 국내 유통업계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롯데 직접 찾은 아르노
11일 아르노 회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이곳에는 지난해 문 연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이 있다. 부티크와 레스토랑, 카페, 전시 공간을 결합한 세계 최대 루이 비통 매장이다. 아르노 회장은 현장을 둘러보며 운영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차례로 방문했다. 현장에서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에는 그룹 소속 브랜드 불가리의 하이주얼리 전시가 열리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도 찾았다.
이번 방한에는 장녀이자 디올의 최고경영자(CEO)인 델핀 아르노, LVMH 패션 그룹 총괄 겸 루이 비통 CEO 피에르토 베카리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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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이 11일 한국을 찾았다. 2023년 방문 이후 3년 만이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성장 둔화하는 중국·일본…커지는 한국 존재감
업계에서는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한 배경으로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꼽는다. 그동안 럭셔리 시장을 견인했던 중국과 일본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 시장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상하이지부가 202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명품 소비액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8439억 위안(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182조원)에서 2023년 1조420억 위안(약 225조원)으로 증가했다. 당시 중국 소비자는 전 세계 명품 소비 시장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소비층으로 꼽혔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제한되며 럭셔리 제품 소비가 집중된 까닭이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럭셔리 시장 성장세도 둔화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럭셔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20% 감소했다. 자국 브랜드 소비를 장려하는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서구 럭셔리 브랜드보다 중국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한 로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LVMH는 올해 초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이 2025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시장도 성장세가 다소 꺾인 분위기다. 2024년 엔저 효과와 중국 관광객 소비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부터는 관광 특수가 둔화하며 성장 속도가 완만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한국 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올해 1분기 럭셔리 부문에서 일제히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각 사의 1분기 실적발표를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은 패션·가죽 분야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29.8% 증가했고, 주얼리와 시계 매출도 각각 55.6%, 36.9%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럭셔리 패션·가죽 분야 매출이 30%, 주얼리·시계 부문 매출은 55%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럭셔리 패션·가죽 분야 매출이 30%, 주얼리·시계 부문은 55.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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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130억원으로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에루샤’라고 불리는 에르메스·루이 비통·샤넬은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125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6.7%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3055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늘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1조8543억원, 영업이익 525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6%, 35% 증가한 수준으로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1300억원으로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9%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럭셔리 업계는 한국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한 역시 한국 시장의 성장 배경과 향후 확장 가능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에 집중하라
현재 럭셔리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 성장세에 맞춰 단순 판매를 넘어선 체험형 공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 역사와 문화, 미식 경험 등을 결합한 복합 공간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서울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형 공간은 소비자가 브랜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게 만든다”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소비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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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은 2022년 성수동에 디올 성수 컨셉스토어를 세웠다. 파리 몽테뉴가에 위치한 디올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사진 디올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노 회장이 방문한 루이 비통의 ‘비저너리 저니 서울’과 디올의 ‘디올 성수’다. 디올은 2015년 서울 청담동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데 이어, 2022년에는 성수동에 별도의 콘셉트 공간을 조성하며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디올은 성수동을 선택한 배경으로 “젊은 문화와 창의성이 모이는 지역”이라는 점을 들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브라이틀링 키친’ 역시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F&B 복합 매장으로, 브랜드는 서울에서 먼저 해당 콘셉트를 선보인 뒤 스위스 제네바에도 유사한 형태의 공간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문화 수용성과 빠른 트렌드 확산 속도 역시 서울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팝업 전시와 미식·문화 결합 공간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리테일 전략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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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4~5층에는 문화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브랜드 역사와 디자인 언어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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