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4년전 닉슨처럼…習 관저 초대받은 트럼프 “놀라운 방문”
-
3회 연결
본문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난하이(中南海) 순일재(純一齋)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난하이(中南海·중남해)에서 만나 양국관계의 새로운 틀을 논의했다.
중난하이는 54년 전 중국 방문을 “세계를 바꾼 일주일”이라고 자평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을 만난 장소다. 이날 두 정상이 산책 후 담소한 순일재(純一齋)는 시 주석의 집무실 바로 옆 건물이자, 과거 당 중앙판공청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차 비스트는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 “백전백승의 마오쩌둥 사상 만세”라는 표어가 적힌 중난하이의 정문인 신화문을 통과했다.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집무실은 중난하이(中南海) 정곡(靜谷) 안의 측백나무인 연리백(일명 인자백·人字柏) 앞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중난하이의 남쪽 호수인 남해(南海)를 내려보는 풍택원 정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고, 두 정상은 정곡(靜谷)으로 불리는 황제의 정원을 산책했다. 시 주석이 두 나무줄기가 합쳐진 연리 측백나무, 일명 인자백 앞에서 설명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1983년 신화출판사가 펴낸 사진집 〈중난하이〉에 실린 연리백(連理柏) 모습. 두 나무줄기가 하나로 이어진 듯한 모습이 '사람 인(人)'자를 연상케 한다는 점 때문에 '인자백(人字柏)'으로도 불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이곳을 함께 찾았다. 사진 〈중난하이〉, 신화출판사, 1983
과거 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으로 사용했던 춘우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두 정상은 다과를 위해 순일재로 들어섰다. 지난해 6월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판첸 라마 11세를 접견했던 바로 그 장소다.
박경민 기자
전날 천단(天壇)에서 중국인의 우주관과 처세 철학을 설명했던 시 주석은 이날 중난하이의 유래를 설명했다. “이곳은 당 중앙과 국무원 지도자의 집무실이자 내가 일하고 생활하는 곳”이라며 “신중국 성립 이후 마오쩌둥·저우언라이, 이후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가 모두 이곳에서 근무하고 생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장미 씨앗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백악관의 로즈가든을 위한 선물이다.
시 주석의 발언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운 방문(Incredible visit)”이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거래를 이뤘다”며 “이란 문제에서 매우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양국 모두 이란 문제가 신속해 해결되기를 바라고, 호르무즈해협도 개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을 오는 9월 24일 미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건설적 전략 안정관계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함께 확정하고,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유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고, 상호 우려 사항을 적절히 해결한다는 중요한 컨센서스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를 희망하고, 나는 중국 국민을 이끌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전날 국빈만찬 건배사에 이어 이른바 미국의 MAGA와 중국의 부흥을 동급에 올리며 주요 2개국(G2) 체제를 거듭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난하이 초대에 매우 감사하다”며 “양측은 일련의 중요한 컨센서스를 이뤘고, 여러 협정을 달성했으며,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는 양국과 세계에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 불용은 언급하지 않고 “양측은 일련의 지역 현안에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 표명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난하이 회동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양자 관계와 이란 정세와 관련한 두 건의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른바 ‘건설적 전략·안정 관계’를 수립했으며, 상호 우려 사항의 적절한 처리에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란과 관련해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 모든 당사국의 우려를 고려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해상 운송로(호르무즈해협)를 조속히 재개방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및 시 주석 집무실이 위치한 중난하이(中南海)의 춘우재(春耦齋)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출국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송을 위해 공항에는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정치국원과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나왔다. 영접을 나왔던 한정(韓正) 국가부주석이 현직 정치국원이 아니라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트럼프 방중을 보도하며 “협력 중심, 절도있는 경쟁, 통제 가능한 갈등, 기대 가능한 평화(合作為主 競爭有度 分歧可控 和平可期, 합작위주 경쟁유도 분기가공 화평가기)”라는 16자로 요약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서니랜드에서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형 대국관계로 제시했던 12자 관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당시 시 주석은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공영(相互尊重 和平共處 合作共贏)”을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마오의 거처였던 국향서옥 바로 옆까지 불러들인 이유는 미·중 관계의 총론을 싸우되 파국만은 피하자는 투이불파(鬪而不破) 선언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2011년 1월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 이후 공동성명 없는 양국의 국빈방문이 15년째 이어졌다”며 “중난하이 관저외교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 행정부에 만연한 중국 경계론까지 누그러뜨리지는 못 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