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NS 낭만의 마포 포차거리…학부모에겐 잔혹한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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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된 염리초 일대 포장마차. 사진 스레드 캡처
‘마포 벚꽃 포장마차 거리’
‘야장의 계절 낭만 치사량 핫플’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일대 포장마차 거리를 소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 따라붙은 문구다. 이곳은 TV 프로그램과 SNS 등에서 ‘벚꽃 낭만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말이면 대기 줄까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이런 현상이 달갑지 않다. 취객들이 이른바 ‘야장 감성’을 누리는 동안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점 바로 옆에 학교가 있어 민원이 잇따르고 있고, 지역 사회 내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오후 5시30분쯤 찾은 염리초 앞길. 학교 담벼락에서 불과 20m 떨어진 거리에 포장마차 6곳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20대 방문객 2명이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주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하교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근처에 학원가도 있어 등·하원 하는 아이들이 몇몇이 포장마차를 지나쳐 갔다.
학부모 “아이들 통학로 안전 우려”

지난 2021년 1월 서울 마포구 염리초 앞에 게시된 포장마차 운영 반대 현수막. 사진 독자
최근 인근 신축 아파트의 입주민이 늘고,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다가오면서 해당 지역 노점상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마포구의원과 구청장 후보, 염리초 학부모 등이 모두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한 구의원은 “염리초는 마포의 대표적인 학군지인데 포차 인근 노상 방뇨와 흡연 문제가 반복적으로 있어 왔다”며 “아예 철수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전 또는 분산 영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리초 학부모 A씨는 “학교 바로 맞은편이라 교육 환경 절대 보호구역인데,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13일까지 주민 약 460명이 즉각적인 행정대집행을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한 상황이다.
도로교통법 및 관련 규정상 어린이 보호구역 내 포장마차 영업은 제한 대상이다.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해 꾸준히 민원 제기와 단속이 이뤄졌다. 지난 2020년엔 노점상연합회가 철거 조처에 반발해 마포구청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구청과 상인 간 협의를 통해 주류 판매 제한, 영업시간 조정, 환경 정비 등의 조건 아래 일부 노점상의 영업이 계속됐지만, 여전히 규정 준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점상 “30년 생업, 구청 협의 사항 지키며 운영”
13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염리초 앞 포장마차들이 영업을 준비 중이다. 이아미 기자
노점상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선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으며, 구청과 협의한 사항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인 A씨는 “흡연구역을 따로 두고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점자블록 안쪽에서만 영업하고 있다”며 “영업시간도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이후 시간대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상인 B씨 역시 “초등학교가 생기기 전인 30~40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다른 장소로 옮겨가고 싶어도 인근에 마땅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갈등은 과거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돼 왔다. 지난 2016년 아현동 포차 거리도 인근에 재개발 신축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며 굴착기와 100명 이상의 철거 인력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구청이 고용한 용역 인력과 노점상인 간의 심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부터 ‘거리가게 허가제’를 통해 무허가 노점을 제도권 내로 양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자치구마다 기준과 방침이 다르고 구청장이 바뀌면 정책 기조도 바뀌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포구청 역시 주민들의 반발 여론을 인식하고, 이미 행정대집행까지 실행한 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대집행을 통해 포장마차를 압수해 가도, 마차는 사유재산이기에 상인이 과태료를 납부하고 되찾아가면 그 이후 다시 영업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시의 노점상 양성화 정책 이후 염리초 앞 포장마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내 집 앞, 내 가게 앞 노점 설치를 반대해 쉽지 않다”며 “도로 위 적치물은 모두 불법인 만큼, 향후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합동점검을 나가 지속적으로 계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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