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커지는 美 인플레이션 공포…주요국 장기금리 급등에 증시 상승세도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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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주식중개인들.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수요를 타고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세계 증시가 고물가의 벽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5일 코스피는 6.12% 추락했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물가 우려에 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이날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0.115%포인트 오른 5.128%에 마감했다.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도 4.595%까지 올랐다.
‘미국채 금리 5%’는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국채에 비해 위험자산인 주식의 상대적 매력은 떨어진다. 또 장기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이자로 벌 수 있는 돈만큼 주식 투자에서 요구하는 기대수익도 함께 높아져서다. 그동안 ‘나중에 크게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른 AI 기술주와 반도체주는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초 30년물 금리 5%는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넘어설 경우 “파멸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차준홍 기자
주요국 채권 금리도 함께 뛰었다. 영국은 물가 상승 우려와 키어 스타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채 투매가 촉발됐다. 이날 영국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는 각각 5.18%, 5.86%를 웃돌며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일본 10년물 금리도 2.7%대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30년물 금리는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치솟은 배경에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공포가 자리한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17.9% 뛴 탓이다. 외부 변수에 쉽게 출렁이는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도 2.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6%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소비자물가 추가 상승을 예고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연율 기준 6%로, 직전 조사 수준(2.7%)을 크게 웃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Fed가 연말까지 금리 동결(48.7%)이나 인하(0.6%)보다 인상(50.6%)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한 분위기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금리가 구조적으로 하락하기 어려운 국면이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하다”며 “7월에 한 번, 4분기에 한 번씩 인상해 올해 최종 기준금리는 연 3%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0일 기준금리 2.5% 동결을 택했다.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85% 수준까지 올라섰다. 1년 전 40%, 올해 초 6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급격히 좁아졌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면 강세장 종료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순이익 전망은 삼성전자가 더 큰데도 시총이 뒤바뀔 경우, 실제 이익보다 기대감이 주가에 더 빠르게 반영된 거품일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시스템즈가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0년 3월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시스코의 순이익은 두 기업의 20%대 수준에 그쳤고, 이후 증시는 하락했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 15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34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59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노무라는 반도체가 더 이상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수요에 따라 출렁이는 경기 민감주가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성장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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