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나…경제성장률 1위에도 심상찮은 고용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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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이 약 1년 반 만에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주요국 중 최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정작 고용시장엔 냉기가 흐른다. 특히 인공지능(AI) 가속화와 맞물린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상치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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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 연합뉴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4월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이 내림세로 돌아선 건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취업자 수 역시 7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6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중동전쟁 여파가 국내 고용시장으로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유가 상승 영향을 많이 받는 운수·창고업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고,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도 많이 줄었다.

나라 경제 전체의 성적표는 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속보치를 발표한 2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1개국 중 38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반등이다. 눈높이도 달라졌다. 정부가 올해 2%대 중반 성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망치를 2.5%로 높였다.

최근까지 한국 경제의 고민은 ‘성장 없는 고용’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저효과로 2021년 4.6%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22년 이후부터 4년 연속 2%대 이하의 저성장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꾸준히 올랐다. 2021년 60.5%였던 고용률은 2022년 62.1%, 2023년 62.6%, 2024년 62.7%, 2025년 62.9%로 상승했다.

통상 고용은 경기 후행지표로 경기가 나아지면 6개월~1년의 시차를 두고 고용 시장에 반영된다. 성장 기대가 커진 만큼 고용도 좋아지리란 예상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이번엔 ‘고용 없는 성장’ 국면으로 전환할 거란 우려가 더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회복세가 ‘반도체 편식’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성장의 핵심 동력은 수출이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만 1.1%포인트에 달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수조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해도 고용 유발 효과는 크지 않다. 산업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로 흘러내려 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업종의 고용도 낙관할 건 아니다. 제조업∙건설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가 등 중동전쟁의 부작용이 내수 업종을 타격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는데,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쟁이 끝나도 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 소비 둔화가 서비스업 등 내수 업종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독 청년층 고용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2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05년 9월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충격은 30대로도 전이되고 있다. 30대 실업률은 통상 2%대를 유지하지만 지난해 12월 3%를 넘어선 뒤 5개월 연속 3%대에 머물고 있다. 장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대 청년이 30대에 접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용 문화가 공채에서 수시로 바뀌며 특히 대졸 취업준비생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5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연구개발(R&D), 정보기술(IT) 서비스, 법률·회계 등 대졸자가 주로 여기에 속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입을 뽑아 가르쳤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신규 채용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AI 확산 속도 등을 볼 때 청년 고용은 구조적 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청년 1만 명에게 대기업이 직접 설계·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년 뉴딜 추진방안’을 내놨다. 하반기까지 점진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용을 전제로 한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늘리고, AI 활용 등 다양한 교육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전례 없는 고용 환경 변화에 직면한 만큼 정부나 사회나 더 혁신적인 시스템 마련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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