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 바꿀 것”…여성단체들 ‘강남역 10주기’ 추모 집회

본문

bt574f34aec45aa0f2efac19d6ad582e75.jpg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여성시민단체들 주최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를 맞아 여성단체들이 강남역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강남역 사건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여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 서울여성회·한국여성의전화 등 157개 여성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경찰·주최 측 추산 약 500명이 참석했다.

강남역 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동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 김모씨가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김씨는 사건 직전까지 화장실에 들어왔던 6명의 남성을 보내고 뒤이어 들어온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정신질환에 따른 이상동기 범죄로 결론 내렸지만, 여성계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며 추모 행동을 이어왔다.

검은색·보라색 옷을 입은 집회 참여자들은 “강남역 10주기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여성폭력 STOP”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등 구호를 외쳤다.

bt9bce18414c41603283429e0591f55b36.jpg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설치된 ‘추모 포스트잇 부스’ 앞에 국화 다발이 놓여있다. 김예정 기자

주최 측은 10년 전 추모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추모 포스트잇 부스’를 운영했다. 집회 참여자들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광주 여성살해사건을 보고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등 추모의 말을 쓴 포스트잇으로 벽을 빼곡하게 채웠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무대 발언에서 “강남역은 단순한 사건 현장이 아니라 여성들이 성차별 사회 속 여성폭력의 현실을 깨닫고 함께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온 공간”이라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이어 “지난 10년 동안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등 여성폭력의 현장은 계속 늘어났고, 여성들은 스토킹·교제폭력·디지털 성범죄와 계속 싸워야 했다”며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정하고 국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사건 10년 후에도 여성 대상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는 데 분노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했던 채인선(61)씨는 “6년 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지원하고 지난해 퇴사했는데, 올해 남양주와 광주에서 또 여성 대상 살인사건이 발생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채씨와 함께 여성들을 지원했던 최경숙(61)씨는 “10년 전 살해당한 그 여성이 살아있었다면 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평범한 30대 여성이었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내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박스 피켓을 어깨에 메고 구호를 외치던 김소민(28) 남태령아스팔트동지회 회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수사기관에서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단순 살인으로 치부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했다. 김씨는 “정치권과 경찰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인정하고 여성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선언문을 함께 낭독했다. 이어서 여성폭력 피해자를 상징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도로 위에 드러눕자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이 함께 추모 포스트잇 부스 앞으로 이동해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오후 4시40분쯤 집회가 마무리됐다.

한편 바로 옆 강남역 9번 출구 인근에서는 남성 시민단체에서 연 집회가 진행됐다. 경찰 추산 20여명의 참가자가 남성 역차별 중단 등을 주장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49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