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상이몽’의 취약한 휴전…베이징 미·중회담 대차대조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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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의 집무실인 중난하이를 안내하며 왼손을 들어 보였다. AFP=연합뉴스

“하나의 회담, 두 개의 발표, 서로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회담.”

옌전성(嚴震生) 대만 정치대학 교수는 이번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회담으로 평가했다. 회담 후 백악관이 발표한 회담 요약에 대만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다. 지난 14일 천단(天壇)에서 기념촬영 중 미국 기자들이 대만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2박 3일 43시간을 체류하며 양국 정상은 9시간을 함께했다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15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최대 이슈였던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레드라인’과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충돌했다. 왕 부장은 “회담을 통해 미국 측이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우려를 중시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느꼈다’는 표현은 공식 회담에서 미국의 대만 관련 발언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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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대만은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시 주석의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한다면 미·중이 부딪치거나 심지어 (군사) 충돌할 것”이란 경고에 주목했다. 마전쿤(馬振坤) 대만 국방대 교수는 “인민해방군의 군사력이 여전히 미군보다 열세인 상황에서 대만을 지원하려는 미국의 결심을 흔들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시 주석의 발언은 시 주석의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향후 미국과 대만이 군사협력을 강화할 경우, 최고지도자가 입장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보복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에어포스원에서 “대만 무기판매를 곧 결정할 것”, “대만에서 시 주석은 독립을 위한 싸움을 원하지 않았고, 나는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대만을 향후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총통부는 16일 “미국은 대만 정책에서 일관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는 별도의 담화를 발표했다.

미·중 양자 관계는 총론에서 주요 2개국(G2) 체제를 확립했다. 15일 방영된 FOX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은 매우 강력한 두 나라다. G2라고 부를 수 있다”고 대등한 양국 관계를 인정했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7일 댜오다밍(刁大明) 인민대 국가발전전략연구원 부원장 칼럼을 싣고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건설적 전략안정관계’를 꼽았다.

댜오 교수는 ‘전략경쟁’이라는 기존의 담론에 대해 “중국 발전에 대한 오독(誤讀)이자, 중·미 관계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며 전략안정관계의 의의를 설명했다. 중국은 건설적 전략안정관계를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시한 신형 대국 관계의 발전된 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1997년 장쩌민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 당시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건설적 전략동반자 관계”에서 동반자(伙伴)를 빼고 안정을 넣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중은 지난 2011년 1월 18~21일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 이후 15년째 공동성명 없는 회담만 이어가고 있다.

이란과 무역·관세도 평행선을 달렸다. 왕 부장은 “중국은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견과 모순을 협상을 통해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며 “휴전을 유지한다는 기초에서 호르무즈해협의 조속한 재개방을 지지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에서 “이란 핵 보유 반대에 합의했다”는 발언과 온도 차가 분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무역과 투자이사회 설치에 합의했다” 등 다섯 가지 성과를 발표했다. 미국이 제기한 소고기 생산 시설 등록 및 특정 주의 가금류 수출 우려 해소 등을 열거했지만, 구체적인 농산물 구매 액수는 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차 방중 당시 보잉 항공기 300대를 포함해 약 2535억 달러(당시 약 280조원) 선물 보따리와 비교할 때 초라한 성과다. 보잉기 구매 대수도 200대에 그치면서 시장의 기대치 5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5일 보잉 주가는 4% 하락하며 시장의 실망을 반영했다.

일본 언론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상실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미국이 중국에 맞서 협상 카드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일본·유럽과의 협력”이라며 “베센트 재무장관이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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