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와 언제든 통화한다…“한국엔 좋은 기회” 스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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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또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전 하원의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71)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대문에 걸어 놓은 스스로의 정체성이다. 그는 “비록 내 영어가 서툴지 몰라도 나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입장은 확고하다”며 이민자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신념도 당당히 밝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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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 전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상시 통화'가 가능한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미셸 지명자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사진 미셸 스틸 지명자 X계정

스틸 지명자는 이달 초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캘리포니아를 떠나 워싱턴에서 2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18일 본지에 “스틸 지명자는 한·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대사로 부임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상시 통화’ 가능한 최초의 대사”

측근들이 말하는 ‘대통령과의 소통’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원 3선에 도전하던 스틸 지명자를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하원의원”이라고 치켜세우며 “나의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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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은 X(옛 트위터) 소개글에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전 하원의원″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셸 스틸 X계정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지원과 관련 “스틸의 기용은 한국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주한 미국대사 가운데 대통령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스틸은 역대 대사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직접 임명한 사실상의 최초 사례”라고 평가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그러면서 스틸의 지명은 미국이 한국을 위상을 일본과 같은 급으로 격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측근인 조지 글라스 대사를 보낸 것을 유심히 봐야 한다”며 “이는 일본에도 큰 이점이 됐고, 이제 한국도 그러한 이점을 활용할 기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식통도 본지에 “현재 주일대사는 부동산과 투자은행 출신의 측근 글라스이고, 주중대사는 상원의원 출신의 데이비드 퍼듀”라며 “한국에 국무부 출신의 ‘실무형 인사’가 아닌 사실상 처음으로 ‘대통령 인사’인 측근을 보낸 것은 한국에 대한 외교적 우선순위를 최소한 중·일과 동급으로 올린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드림’ 이룬 이민자…50년만의 금의환향

스틸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5년 실향민 출신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한 그는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과 오렌지카운티의 행정책임자를 거쳐 공화당의 불모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두 차례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아메리칸 드림’의 산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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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선거 사무실에서 미셸 박 스틸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동안 전업주부로 살던 스틸은 지금도 한국 기자와의 통화에선 “아이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라는 한국어 인사를 먼저 건네는 소탈함으로 인기가 높다.

인생의 변곡점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였다. 한국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절감한 그는 폭동 이듬해 LA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하며 정치인이 됐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남편 숀 스틸 변호사는 미국 내 소수인종인 한국계 스틸이 공화당의 핵심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숀 스틸은 60년간 골드워터와 레이건, 부시, 트럼프로 이어지는 미국 보수정치를 모두 거친 공화당의 거물이다. 특히 2003년 민주당 소속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끌어내리고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주지사로 만든 ‘주지사 리콜 운동’을 주도하며 공화당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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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스틸 지명자 부부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2016년 대선 당시 숀 스틸은 캘리포니아 전당대회의 재정 부문을 쥐면서 트럼프의 확실한 우군이 됐다”며 “한국 정부가 스틸 지명자와 관련해 당장 살아있는 미셸의 ‘백악관 권력’은 물론 장기적으로 숀 스틸의 ‘공화당 네트워크’까지 우군으로 확보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산적한 현안…“제1 과제는 무역”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월 바이든 정부 때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이임한 이후 1년 4개월간 공석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중국과 일본 대사를 지명하면서도 한국은 대행 체제를 방치해왔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마저 전(前) 정부 인사인 조셉 윤 대사대행 후임으로 회담 직전 부임한 케빈 김 대행이 조율하는 임시 체제로 진행됐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외교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고 있다는 지적 속에 관세와 대미 투자 등 무역 문제와 ‘동맹의 현대화’로 상징되는 안보 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등의 현안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중첩적으로 산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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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박 스틸 전 미 연방 하원의원(오른쪽)이 2023년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셸에 기대하는 최우선 과제는 경제와 무역 협정을 통한 양국의 경제 협력 증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 이후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을 포함한 안보 사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입장에선 특히 양 정상이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을 추진하는 데 스틸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절실히 필요한 상대”라며 “이를 위해 약속한 협정들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고, 이것이 한국을 잘 아는 동시에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스틸 지명자를 한국에 보내기로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레그 전 대사의 전례 다시 만들어야”

플라이츠 부소장은 한국 내 일부 진영에서 스틸 지명자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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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2021년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일부 좌파와 진보 진영에서 스틸이 보수주의자라는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스틸의 부임은 한국의 좌파와 우파 모두가 반길 상황이라는 점”이라며 “스틸은 의회에서도 급진적인 인물로 활동한 적이 없고, 이재명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이어 노태우 정부 때 CIA(중앙정보국) 한국 지부장 출신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대통령과도 매우 가까웠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부임한 뒤 결국 대표적인 지한(知韓)파가 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원했던 전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레그의 지명 당시 진보 진영은 그를 군사 독재를 지지하는 미국의 대리인으로 지목하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현장에서 목도한 그레그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았고 김정일의 초청으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실제 일부 진보 진영의 공개적 반대와 달리 청와대는 지난달 스틸의 지명 직후 “내정자가 향후 정식으로 임명되면 한·미 관계 강화와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즉각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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