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인성도 감탄했다…숨소리 하나까지 잡은 ‘나홍진 완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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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의 주역 조인성(왼쪽부터), 정호연, 나홍진 감독, 황정민이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에서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EPA=연합뉴스]
자신의 네 번째 장편영화 ‘호프’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에 도전장을 내민 나홍진(52) 감독은 “칸영화제 경쟁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오후 영화제가 한창인 프랑스 칸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나 감독은 ‘호프’에 대해 “범죄와 폭력 등 우리 사회 좋지 않은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커지는지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전날 칸에서 첫 공개된 ‘호프’는 영어로 ‘희망(Hope)’이란 뜻의 제목부터, 염세적이었던 전작들과 결이 다르다. 나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는 지나치게 착하다”면서 “진심으로 피가 그립다”고 말했을 정도다.
배경은 1980년대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외딴 마을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에게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 무리가 괴이하게 죽은 황소 사체를 신고한다. 호랑이 짓인가 하는 의심도 잠시, 범석은 마을 주민들을 발톱으로 찢고 내던져 죽이는 괴생명체를 발견한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불시착한 외계인들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주민들은 말과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외계인 사냥에 나선다.
나 감독은 자신이 ‘호프’ 시나리오를 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엄청난 폭력이 무자비하게 세상을 뒤집어엎을 것 같은 불길함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서로 속사정 모른 채 명분 없이 죽고 죽이는 외계인과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의 모든 비극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주제를 담고자 했다는 것이다.
‘호프’는 그의 전작들처럼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대신, 당장의 생존을 향해 질주한다.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그 외 장면은 “지극히 원시적인 영화”를 의도했다. 예컨대 모든 말(馬) 액션은 더미(실제를 본뜬 모형) 없이 실제 말을 타고 찍었다. 또 대부분 액션을 주연 배우들이 직접 소화했다. 황정민은 물론 촬영 전 무릎 수술을 받은 조인성조차 달리고 또 달렸다.
실제 전라도 해남의 한 마을을 통째로 빌려 만든 극 중 호포항 모습도 세트 촬영에선 느끼기 힘든 생동감을 준다. 제주도·합천·루마니아에서도 일부 마을 장면을 촬영했다.
압축적으로 그린 외계인 왕족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홍콩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어설픈 설정과 조악한 CG”라고 혹평했지만, “할리우드의 어떤 SF보다 뛰어나다”(데드라인), “전세계적인 K 열풍을 심화시킬 만큼 오락성이 빼어나다”(가디언) 등 긍정적 평가도 여럿이다.
나 감독과 칸영화제 일정을 함께하며 인터뷰 자리에 나온 ‘호프’ 배우들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알리샤 비칸데르는 외계인 분량이 대폭 축소됐음에도 나 감독의 대담한 연출, 뚜렷한 세계관에 매료됐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완벽한 하늘빛을 위해 며칠씩 기다리고 숨소리 하나까지 필요하면 다시 녹음하는 나홍진표 완벽주의에 감탄했다. ‘곡성’(2016) 이후 두 번째로 나 감독과 함께한 황정민은 “나 감독이 ‘곡성’ 때보다 ‘호프’ 촬영 현장에서 더 여유 있고 행복하게 찍었다”고 전했다.
‘호프’는 올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판은 칸 공개 버전에 CG 등 후반 작업을 추가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나 감독은 후속작 제작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후의 이야기를 써 놓은 것도 있고 제작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도 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호프’ 그 자체로도 완벽한 완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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