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작년에도 구금된 한국인, 또 나포…목숨 걸고 가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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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해상 봉쇄가 다시 한국의 외교 현안으로 번졌다. 가자행 국제 구호선단에 탑승한 한국인 활동가들이 이틀 연속 나포되면서다.
한국인 잇단 나포에 이 대통령도 직격
20일 시민단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에 따르면 한국인 활동가와 한국계 미국인이 탑승한 구호선 리나 알 나불시호는 19일 오후 8시 5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기준 20일 오전 2시 50분)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18일엔 또 다른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키리아코스 X호가 키프로스 인근 공해상에서 붙잡혔다.
가자지구는 정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지역으로 허가 없이 방문하면 여권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날 붙잡힌 한국인 활동가는 지난해 10월에도 가자 진입을 시도했다가 이스라엘군에 구금된 뒤 풀려난 적이 있다.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키리아코스 엑스호. 출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2009년 선포된 해상 봉쇄…17년째 반복되는 ‘출항과 나포’ 역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호선단 출항-나포-추방-재출항’의 악순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해상 봉쇄 역사는 200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06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의회 다수를 차지하자 이스라엘이 꺼내든 카드였다. 그러자 국제 인권단체가 움직였다. 2008년 ‘자유 가자 운동’은 수차례 바닷길로 가자지구를 넘나들었고 이스라엘은 나포로 맞서다 2009년 1월 해상 봉쇄를 공식 선포했다.
이후에도 지속된 이스라엘과 인권단체의 대치는 2010년 5월 분기점을 맞았다. 튀르키예 인권단체가 주축이 돼 조직한 ‘가자 자유 함대’ 6척 중 마비 마르마라호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9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 171명을 추방했다. 사진은 추방되는 그레타 툰베리. 이스라엘 외무부 엑스(X)=연합뉴스
해당 사건을 놓고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이스라엘군의 조치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파장이 상당했다. 다만 제프리 팔머 전 뉴질랜드 총리가 이끈 별도의 유엔 패널은 2011년 9월 이른바 ‘팔머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군의 나포 집행 과정이 과도했다면서도 ‘해상 봉쇄’ 자체는 국제법상 합법이라고 봤다.
봉쇄 돌파의 상징이 된 구호선단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입항 시도와 나포는 일종의 수순처럼 굳어졌다. 인권단체 측이 구호품을 실은 대규모 선단이 가자로 향한다고 사전에 공개적으로 알리면 이스라엘이 “테러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며 엄포를 놓고 나포 후 추방하는 방식이 되풀이됐다.
저명한 활동가들이 모이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 리마 하산 등 활동가 12명은 자유함대연합(FFC) 소속 범선 마들린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다가 나포됐다. 이후 추방된 툰베리는 3개월 만인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초대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손자인 만들라 만델라 등 500여 명과 글로벌수무드함대(GSF)를 구성해 다시 가자지구로 향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같은 해 10월 한국인 활동가를 태우고 나포된 선박도 FFC 소속이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가자지구로 출항한 이들 인권단체 선박 31척 중 단 5척만 가자 해안에 도달했다. 2010년 이후엔 접안 사례가 없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스뤠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태우고 가자지구로 향하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매들린호.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안보 위한 정당한 방어…셀카용 요트 그만 와라”
이스라엘 정부는 해상 봉쇄를 합법으로 본 팔머 보고서 등을 들어 자국 안보를 위해 해당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와 다른 무장 단체들이 로켓포는 물론 땅굴 같은 군사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해상으로 몰래 들여올 수 있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스라엘 내에선 이들 인권단체의 항해가 친(親)팔레스타인 세력의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구호품 보급보다 출항부터 나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노출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아슈켈론 항구 등에서 정식 통관 후 육로 보급할 수 있는데, 이를 인권단체가 거부하는 점 역시 친팔레스타인 세력의 정치적 선전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지난해 6월 툰베리를 추방하면서 셀카용 요트를 타고 왔다고 깎아내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당시 “툰베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가자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소량의 구호품을 가져왔다”며 “우스꽝스러운 속임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고한 민간인 겨냥한 집단처벌…제네바 협약 위반 논란
반면 인권단체 측은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가 가자지구 주민 전체를 인질로 삼고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평화적 저항을 통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더욱 엄격해진 봉쇄 탓에 가자지구 경제가 파탄에 이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들은 이스라엘이 “개인이 저지르지 않은 행위에 대해 집단에 형벌을 가하는 행위”, 이른바 집단처벌을 금지한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도 강조한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무장단체를 봉쇄한다는 이유로 지속해 온 다양한 수준의 차단 조치는 집단처벌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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