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習, 푸틴에 ‘트럼프 플러스 원’ 의전…“양국관계 전례없는 수준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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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역사적 기회″를 강조했다. 타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관계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미국을 겨냥한 ‘반서방 연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으로 약해진 미국의 위상을 암시하는 듯 “역사적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이날 중국을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맞아 시 주석은 엿새 전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한 단계 높은 ‘플러스 원’ 의전을 베풀었다.
오전 11시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권력서열 5위인 차이치 상무위원 외에도 6위 딩쉐샹 상무부총리가 도열했다. 서열 24위권 정치국원에서는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부총리 외에 장궈칭 부총리가 참석했다. 트럼프 환영식보다 상무위원과 정치국원급에서 각각 한 명씩 더 나와 의전의 격을 높였다.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자 확대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양국 정상 좌우로 18명의 고위관리가 배석해, 엿새 전 미중 회담의 12명보다 규모를 확대했다. AP=연합뉴스
장관급에서도 교육·공업정보·교통·재정·상무부장 등 5명과 트럼프 환영식에 불참했던 판궁성 인민은행장과 왕훙즈 에너지국장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수행단은 중국 측보다 더 화려했다. 5명의 부총리와 8명의 장관이 동행했다. 이날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확대 회담에는 모두 37명이 참석했다고 크렘린궁이 전체 명단을 공개했다. 중국은 확대 회담에 장관급 이상 14명을 포함 모두 18명이 시 주석 좌우로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배석자 12명보다 6명 많았다.
호칭도 격을 높였다. 시 주석은 푸젠팅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친애하는 라오펑유(老朋友·옛친구)”라며 푸틴 대통령을 환영했다. 푸틴 대통령도 “친애하는 친구여”라고 화답했다. “존경하는 대통령 선생”이란 트럼프 대통령 호칭과 차별화했다.
트럼프 의전과 비교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언론비서는 “비교할 포인트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공항 영접은 왕이 외교부장이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상무위원인 한정 국가부주석이 영접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레드카펫이 깔린 스텝카가 제공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모두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시 주석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총알의 이익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서 열린 국빈 환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란 전쟁도 언급했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중동과 걸프 정세가 전쟁에서 평화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며 “완전한 종전은 늦출 수 없고, 공격 재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한시도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먼저 “하루를 보지 못하는 것이 삼 년 같다(一日不見如隔三秋·일일불견여격삼추)”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마오쩌둥이 1961년 부인 장칭(江淸)에게 써준 “어지러운 구름이 흘러도 여전히 태연하다(亂雲飛渡仍從容)”는 시구를 인용하며 미국을 상대로 한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했다.
시 주석의 “역사적 기회” 발언은 확대 회담에서 나왔다. 앞선 소인수 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다. 관영 신화사는 정상회담 공식기사에서 “양국 각 부문은 나와 푸틴 대통령이 달성한 중요한 합의를 전력으로 잘 실천해야 한다”며 “역사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양국 간 상호 신뢰는 더욱 공고하게, 협력은 더욱 실질화하고, 우호의 길은 더욱 넓혀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강조했다. 마치 미국의 쇠퇴를 암시하듯 “역사적 기회”를 활용해 중·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았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47페이지 분량의 ‘전면적 전략협동을 더욱 강화하고, 선린 우호 협력을 심화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또 ‘세계 다극화와 신형 국제관계 발의에 관한 공동성명’과 경제·교육·과학기술 등 20건의 협력 문건 서명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없었던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리창 총리와 별도 회담도 가졌다.
이날 두 정상은 에너지 협정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석유·가스·석탄을 중단없이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석유·천연가스(액화가스 포함)·석탄을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한 곳”이라며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중단없이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러시아가 먼저 공개한 공동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중국의 통일 달성을 위한 모든 조치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핵 비핵화는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양국은 외교고립, 경제 제재, 강압적 압박,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타 수단에 반대한다”며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한국의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또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동해 진출도 논의됐다. 공동성명은 “북한과 함께 3자 형식으로 두만강을 통한 해상 접근에 합의를 도출할 것”을 명기했다. 중국의 동해 출해권이 북중러 밀착 구도 속에서 실질적 협력 카드로 현실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회담 주요 의제로 중·러의 에너지 협력 사업인 '시베리아의 힘 2'가 다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 주석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 “중동과 걸프 정세가 전쟁에서 평화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며 양국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오늘 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프로젝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베리아의 힘 2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선린우호 협력조약 체결 25주년 기념 만찬과 양국에서 각각 4명만 참석하는 중난하이(中南海·시 주석의 집무실이자 관저) 다과회를 끝으로 24시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내년 러시아로 시 주석을 공식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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