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산 전기차에 안방 내주나…中 전기차 공세에 한국만 ‘낮은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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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난해 팔린 전기차 3대 중 1대일 정도로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높은 관세와 대규모 보조금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맞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8% 관세 외에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국산 전기차가 정작 ‘안방’(내수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BYD가 국내 2번째 승용차 모델 씰을 공개하는 모습. BYD코리아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를 보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1%(1101대)에서 지난해 33.9%(7만4728대)까지 늘었다. 국산 전기차 비율은 같은 기간 74.1%에서 57.2%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에도 전기차 등록 대수의 30.9%(2만5718대)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늘어난 건 중국 상하이에 생산 거점을 둔 테슬라 판매량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 등 중국 자체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산업통상부 집계 결과 BYD는 올 1~4월 국내에서 전기차 5991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배 늘었다. BYD의 주력 모델인 씨라이언7, 아토3 등은 한국의 경쟁 차종에 비해 수백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지커(Zeekr), 샤오펑(Xpeng) 등 다른 중국 업체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성공이 쉽지 않다고 봤지만 세컨드카 수요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지커 등 고급차종이 들어올 경우 대응이 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미국과 EU 관세와 보조금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회사별로 기본 관세율에 17~35.3%의 추가 관세를 물리고 있다. EU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사려면 최대 45.3%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국산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자국 완성차 업체는 물론 배터리, 부품 등의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어 관세 장벽을 세우는 중이다.
반면 한국에 중국산 자동차에 붙는 8% 관세가 사실상 유일하다. 상계관세(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국 상품에 추가로 물리는 관세)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 등 탓에 도입 가능성은 현재 크지 않다. 보조금 역시 국산 전기차에 차등을 두고 있지만 가격 차이를 뒤집을 수준은 아니라는 게 국내 전기차 업계 측 판단이다.
반면 일본은 보조금 격차가 가격 차이를 뒤집을 정도로 크다. 일본산 전기차와 테슬라 일부 차종에는 127만 엔(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BYD 차량에는 약 15만 엔(142만원)만 지원한다. 일본은 전략 분야 국내 생산촉진세제를 통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1대당 40만엔(378만원)의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고석현 기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다 보니 EU만 하더라도 비교적 낮은 관세를 적용받은 BYD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보조금 수준으로는 중국 전기차 공세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업계에서는 올해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포함될 한국판 IRA인 국내 생산촉진세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생산촉진세제는 제조업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대상 품목으로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전기차 등이 거론된다. 산업부는 세제 혜택 대상에 전기차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재정경제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문석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완성차에 촉진세제를 적용하면 국내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이어져 이차전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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