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동발 충격에 커진 물가 압력… 4월 생산자물가 IMF 후 최고
-
3회 연결
본문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28여년 만에 가장 높게 뛰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국내 물가를 본격적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21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2.5% 올랐다고 밝혔다. IMF 외환위기로 수입 물가가 급등했던 1998년 2월(2.5%) 이후 가장 높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9% 올라 2022년 10월(7.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동 전쟁 발발 후 3월부터 고유가 국면이 지속하고 있는 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이 4.4%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석탄·석유제품이 전월보다 31.9% 급등했다. 화학제품도 6.3%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4월에도 경유·휘발유·등유 상승세가 지속하는 한편 제트유가 크게 올랐다”며 “3월 국제유가 상승세가 4월에도 일부 이연돼서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품목 상승률(0.8%)에도 고유가가 영향을 미쳤다. 항공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서비스가 1.6% 오르면서다. 금융 및 보험서비스도 3.0% 올랐는데, 증시 호조에 위탁매매 수수료가 급등한 영향이다. 금융·보험서비스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6.2%로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외 품목으로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전월보다 0.3% 상승했는데, 산업용 도시가스가 3.9% 오른 영향이 컸다. 반면 농림수산품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1.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한편 수입품을 포함해 상품·서비스 전반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원재료가 한 달 만에 28.5% 폭등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는 1~3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2.6% 올라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가운데, 하반기에도 이같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 여건이나 시장 수요 등 상황에 따라 소매물가에 붙는 유통 비용 등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 팀장은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영향이 시차를 두고 여러 부문으로 파급돼 소비자 물가에도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고유가 국면이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로 인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창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동일한 수준의 유가 충격이라 할지라도 원유 운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국내 석유 관련 제품 가격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올 4분기까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1.6%포인트·1.8%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와 경기를 모두 고려해 ‘매파적(통화 긴축적)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K자형 성장 양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유가 충격이 비대칭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선제적 금리 인상보다는 명확한 긴축 성향을 띈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제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려면 소비 회복세와 물가의 2차 파급효과가 확인되는 등 보다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