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팔자’ 이어져도 외인 지분율 최고…삼전·하닉이 바꾼 코스피 수급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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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기록적인 매도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속도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주의 급등으로 이들의 주식 보유가치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39.43%에 달했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누적 94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시총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36.67%) 대비 되려 상승했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는 다른 흐름이다. 2020년 3월 급락장에서 외국인이 44조원을 순매도했을 때, 지분율은 37.7%에서 31.4%까지 하락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7815.59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외국인은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2196억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11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로,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44조641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탈(脫)한국’ 흐름이라기보다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에서 연초 수준의 지분율(36%)만 유지하려 했다면 순매도 규모는 230조원 수준에 달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반도체 주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보유 가치가 이례적으로 커졌다. 기계적으로 지분율을 맞추기 위해 급등한 반도체주 중심으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물량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상당수는 글로벌 운용사, 헤지펀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관 성격의 자금이 많다. 이들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춰 비중을 조정(리밸런싱)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외국인 매도는 한국 증시 약세 베팅이라기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격에 가깝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말 MSCI 신흥국(EM) 지수 내 한국 비중 확대를 계기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SCI는 최근 5월 정기 리뷰에서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을 기존 15.4%에서 21.7%로 대폭 상향했다. 중국(22%)과 격차를 거의 좁힌 수준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MSCI는 시가총액 변화에 따라 국가 비중을 기계적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등에서 최소 1조40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다만 문제는 특정 종목에 대한 극단적 쏠림이다. FT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합계는 약 2조 달러로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9300억 달러)을 웃돈다.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49% 정도인데, 2024년말(약 23%)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불었다.
두 종목의 비중이 커질수록 외국인 자금도 반복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장 전체가 소수 반도체주 흐름에 좌우되면서 코스피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슐리 렌은 “AI 시장은 소수 승자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며 전통적 분산투자 이론 자체를 흔들고 있다”며 “분산하면 수익률에서 뒤처지고, 집중하면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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