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익률 대박’ 국민연금 300조 늘었지만…함부로 못판다, 왜
-
3회 연결
본문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호조를 타고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기금 고갈 시점 연장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은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추계하도록 돼 있으며, 중간에 따져본 전례가 없다. 2028년 6차 추계 예정이다.
그런데 이례적인 코스피 상승 덕분에 고갈 시기 20~30년 연장이라는 낙관론이 대두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고갈 시점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현수엽 제1차관은 지난 20일 국무회의 겸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국정성과보고에서 지난해 국민연금 역대 최고 수익률(18.82%) 등의 성과를 보고하며 “기존 재정 추계 때 고갈 시점은 2071년이었으며, 이번 수익 제고로 잠정적으로 7년 정도 더 늦춰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과 올해 주가 상승 등으로 (기금이) 한 300조원이 늘어난 것 같은데도 7년밖에 연장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언론)보도 등에서 보기로는 한 20~30년 늘어난 걸로 들었는데 나중에 한번 알아보자”며 수차례 되물었다.
현 차관이 '7년 연장'이라고 답했지만, 이 역시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연도별 지출예상액과 추가 수입을 근거로 단순하게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 추계에는 인구 변화, 소득 증가율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복지부는 기금 운용 수익률(5.5%)이 유지되는 것을 가정해서 계산했다. 수익률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6.5%의 수익률을 유지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90년까지 늦춰진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다.
코스피 급등기는 국민연금에 딜레마를 안긴다. 수익률을 끌어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넘어서면서 자산 배분 원칙을 지켜야 하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군별 투자 비중과 국내외 투자 비중의 목표치를 정해 놓고 이에 맞춰 기금을 운용한다. 특정 자산에 돈이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264조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395조원으로 130조원 이상 늘었다. 국내 주식 비중도 24.5%까지 높아졌다. 이후 코스피가 더 오르면서 현재는 25%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 14.9%, 최대 허용치 19.9%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원칙대로라면 목표 비중을 초과한 자산은 ‘리밸런싱’, 즉 자산 재조정을 통해 줄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은 오는 28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중기전략자산배분계획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급격히 올리기도 쉽지 않다. 위험 분산이라는 원칙과 시장 충격을 피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스피 상승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춘 것을 분명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기금 운용 수익률이 상당히 좋은 덕에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 시점의 평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높은 수익률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줄어들거나 손실로 바뀔 수 있다. 자산 운용 과정에서 장부상으로 반영된 ‘숫자’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수익률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특수한 시장 상황에 힘입은 측면도 크다. 주식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고수익을 수십 년간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급여 지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갈수록 국민들에게 내어주어야 할 보험금 지출 속도가 빨라진다. 기금 소진 단계에서 빠져나가는 지출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수백조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더라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근본적인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재 연금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데 현 정부는 주가 상승에 기대한 투자 수익률에만 기대하고 있다”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구조개혁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