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종전 합의 교착 빠지자…트럼프, ‘우라늄 이란 내 폐기’ 수용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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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의 선후 문제를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재차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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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현충일 행사에 참석하기 전 백악관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협상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한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적이고 명확한 제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에 대한 구체적 보장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실상의 핵과 관련한 선결 조건 중 하나였던 이란의 농축 우라늄과 관련해 미국으로의 반출뿐만 아니라 이란 내에서의 폐기까지 수용할 뜻을 밝혀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빈손합의’ 비판…비핵화 관련 약속 필요

현재 양측은 호르무즈해협 통행 제한 완화와 휴전 연장, 후속 핵협상 개시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상 이란의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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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국림묘지에서 열린 현충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서까지 선(先) 휴전연장·후(後) 핵협상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진 MOU와 관련 이란 전쟁의 핵심 명분이었던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론을 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CNN 등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440kg에 달하는 이란 내 60% 농축 우라늄 처리 등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명확한 이란측의 확약을 MOU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의 고위 당국자은 CNN에 “합의 마련의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이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먼지가 없으면 달러도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지칭하는 말로, 농축 우라늄 반출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전제돼야 그에 따른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종 협의 단계에서 이란이 일부 제재 완화 혜택만 확보한 채 핵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중재국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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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이란 현지에서 폐기하는 방안까지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트루스소셜

핵문제를 놓고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농축 우라늄(핵 먼지)은 즉시 미국으로 인도돼 폐기되야 한다”면서도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에서 폐기하거나 다른 적절한 장소에서 원자력위원회 등에 상응하는 기관의 참관 하에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해 폐기하는 것을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내세워왔던 발언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가시적 성과 필요…‘아브라함 협정’ 연계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럴 경우 이미 이번 합의 방식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진영 내부의 반발을 키우게 될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과 대이란 협상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동 평화를 위해 시작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서도 가입국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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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현충일 행사 참석을 마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다른 나라(미국과 이란간 합의를 촉구해온 다른 아랍국가)들도 따라야 한다”며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의무사항으로 요구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 역시 이란과의 합의와 관련한 미국 내 지지층의 반발을 감안해 성과를 키우기 위한 구상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란과의 합의 방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던 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선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단기간 내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 모두 협상 필요…불확실성 우려 확대

미국과 이란 모두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조속한 협상 타결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유가 상승 부담에 직면해있고, 이란 역시 미국의 제재와 해상 통제로 악화한 경제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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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주요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전쟁 전 갤런당 2달러대 후반이던 휘발유 평균 가격은 현재 4.5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AP=연합뉴스

협상을 중재해온 아랍 국가들도 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기류다.

WSJ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특히 이란의 지도자가 모즈타바 하메네이로 공식적으로 교체되긴 했지만, 그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발언한 적이 없어 이란의 실제 실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가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을 느슨하게 만들 것을 우려해 미 정부에 더 강력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스라엘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헤즈볼라와 전쟁 중”이라며 “우리는 결코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 (가속) 페달을 더욱 세게 밟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격 강도를 높이고 병력을 늘리는 것이며 우리는 그들을 결정적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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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에서 회동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추진하는 양해각서 초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 종식에 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강경론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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