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겸손 앞에선 분노가 일지 않는다…26세 배우 위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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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가 지난 3월 완독한 『뉴필로소퍼』 33호.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그림이 표지로 실렸다. [사진 바다출판사]

“세상의 모든 책은 언젠가 반드시 쓸모가 있다고 믿는다. 독서는 당시의 내가 어떠했는가를 떠올리는 한 장의 사진 같기도 하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배우 김향기(26)가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 주연에 도전했다. 지난달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방영 중인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에서다. 그가 연기하는 주인공 여의주는 BL(Boy’s Love) 웹소설을 쓰는 고등학생 작가. 글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펼쳐내는 작가가 되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실제의 그는 충실한 독자다. 쉴 때와 일할 때를 가리지 않고 책을 든다는 일화는 이미 여러차례 인터뷰로 밝혀졌다. 또 한 번 연기 세계가 넓어지고 있는 지금, 김향기는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서면으로 만난 김향기는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New Philosopher)』를 소개했다. 동네 도서관에 간 어느 날 스웨덴의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그림에 사로잡혀 1월호인 33호를 집어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바다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계간지 『뉴필로소퍼』는 ‘일상 속 철학’을 지향하는 잡지. 2013년 호주에서 창간됐다. 철학적 질문을 토대로 한 가볍고도 넓은 주제의 글을 싣는다.

“복잡한 철학적 관점도 짧고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준다는 게 이 잡지의 매력이다. 배우로서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를 연구할 일이 많은데,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 도움을 받았다.”

철학적 성격을 띠어서인지, 조언처럼 느껴지는 구절이 많다.
“맞다. 덕분에 ‘복합적인 내 모습을 너무 심각하게 다루지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두자’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또 하나 더, 좋은 문장을 만나면 소리 내어 읽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됐다.”

그는 『뉴필로소퍼』에서도 소리내 읽고 싶은 구절 하나를 꼽았다.

‘겸손한 자 앞에서 분노가 일지 않는다는 것은 심지어 개를 봐도 알 수 있다. 개들은 앉아 있는 사람은 물지 않는다. 우리는 또한 우리가 진지한 태도일 때 함께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자들에게도 평온함을 느낀다.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대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2권 3장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이에 대해 김향기는 “우리가 언제 분노의 반대 감정인 평정심을 느끼는지를 분석한 내용”이라며 “이 잡지를 읽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언제 읽었나.
“주로 이동 시간 중 차 안에서, 혹은 일정이 없는 날 침대에 편히 누워 휴식을 취할 때 읽었다. 이 잡지는 전자책으로 구독해, 휴대폰으로 봤다. 33호는 다 읽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책은 얼마나 많이 읽나.
“지난해 완독한 책은 다섯 권이다. 책을 읽는 태도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날은 책 속에 완전히 파묻혀 매달리듯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영감을 얻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은 부분만 읽는다.” 

☞젠지의 책장=지금의 20대는 연간 독서율이 유일하게 상승(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한 세대다.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두 번째 주인공의 책장부터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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