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리그 0골…허기는 월드컵 가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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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LAFC)에서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4경기에 나와 득점 없이 도움만 9개 기록했다. 지독한 골 가뭄이다. [AFP=연합뉴스]

킥오프 2시간 전부터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인근 고속도로는 절반쯤은 주차장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의 소속팀 로스앤젤레스(LA)FC와 시애틀 사운더스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15라운드가 열린 25일 미국 LA의 BMO 스타디움.

경기장 안 LAFC 기념품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등번호 7’이 새겨진 손흥민의 유니폼(150~199달러)과 티셔츠를 앞다퉈 사가는 손님은 한인과 히스패닉계 팬이 얼추 절반씩이었다. 기념품점 직원은 “경기 날엔 하루 수천 벌 팔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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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 유니폼에 태극기를 새기고 뛴 손흥민. 사진 LAFC

2만2000석 규모의 경기장은 일찌감치 입장한 관중으로 가득 찼다. 한인과 히스패닉계 팬이 3대7 정도였지만 경기장 곳곳에 태극기가 펄럭여, 여기가 LA인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전광판에 손흥민의 얼굴이 뜨자 장내 아나운서가 “흥민”을 외쳤고, 홈팬은 일제히 “손”으로 화답했다. “쏘니(손흥민 애칭)”를 쉴 새 없이 연호하는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이날 유독 많은 팬이 몰린 이유가 있다. 시애틀전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이 치른 마지막 LAFC 홈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달 11일 개막하는 북중미 대회를 통해 통산 네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MLS는 이번 15라운드에 맞춰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유니폼에 48개 월드컵 참가국 국기가 그려진 특별 등번호를 새기고, 선수마다 자국 국기를 유니폼 정면에 부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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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참각국 48개국 국기가 새겨진 등번호. 사진 LAFC

태극기를 가슴에 단 손흥민은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원톱 공격수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올 시즌 최다인 7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후반 22분에는 크로스에 맞춰 높이 뛰어오르며 보기 드문 헤딩 슛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리그 마수걸이 골에 실패했다.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패스가 연결되지 않을 때마다 손흥민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짙은 아쉬움이 스쳤다. 90분 내내 서쪽 스탠딩석에서 북을 치며 흥겨운 응원을 이어가던 히스패닉계 서포터스도 경기가 끝나자 이내 정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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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LAFC 팬. 피주영 기자

올 시즌 리그 14경기 득점 없이 도움만 9개.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도 2골뿐이다. 지난해 MLS 데뷔 시즌 후반기 13경기에서 12골 3도움을 몰아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친정팀 토트넘을 떠나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약 400억원)에 LAFC 유니폼을 입은 그에게 골 가뭄은 분명 무거운 짐이다.

경기 전 손흥민은 “많은 분이 제가 골을 많이 넣는 것을 좋아해 주신다”면서도 “축구는 혼자만의 스포츠가 아니고, 제 욕심보다는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좀 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LAFC 선수 중 가장 늦게 경기장을 나섰다. 동료들과는 다른 통로를 택했고, 종료 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미리 대기하던 SUV 차량에 올랐다. 잘 풀리지 않는 시간을 홀로 삭이듯, 그는 말없이 LA의 밤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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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무대 월드컵에 나서는 손흥민은 “골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제 능력이 하루아침에 어디 안 간다”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손흥민은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다. 이튿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 중인 홍명보호의 월드컵 사전 캠프에 합류한다. 그는 “골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제 능력이 하루아침에 어디 안 간다”며 “잘 준비하고 있고 월드컵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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