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값 뛰고 분양가 올랐는데 분담금 2배…은마 재건축의 역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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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지어진 4425가구 규모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뉴스1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터줏대감 은마아파트. 3년 뒤면 준공 50년을 맞는 4424가구 대단지다. 뛰어난 입지와 매머드급 규모 덕에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10년 전 11억원대이던 전용 84㎡ 실거래가가 지금은 3배 가까이 뛴 40억원 선이다.

올해 들어 재건축에 속도가 붙었지만 황금알 빛깔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초고층으로 탈바꿈하고 건립 가구가 늘며 분양수입이 증가하는 데도 기존 집 외에 추가로 내는 비용 부담(추가분담금)은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용적률 31%P 오르고 비례율 17% 내려

3년 새 세 차례 수정을 거치며 은마 재건축 밑그림이 완성됐다. 건축계획과 사업비 등을 담은 정비계획이다. 2023년 처음 결정한 뒤 지난해 11월 변경했고 지난 4월 다시 바꿨다. 지난해 11월 변경은 규제 완화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하는 역세권 용적률 특례(인근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를 활용해 용적률을 300%에서 331%로 높였다. 건립 가구를 100여 가구 더 늘릴 수 있게 됐고 층수도 35층에서 49층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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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 조감도.

4월 두 번째 변경은 8개 분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통합심의를 반영한 것으로 공공보행통로 등 단지 조성계획이 달라졌고 용적률 등 건축 계획은 큰 변동이 없다.

3년 새 일반분양분이 늘고 주변 시세도 올라 분양수입 추정치도 적지 않게 늘었다. 3.3㎡당 일반분양가가 2023년 7700만원에서 4월 9400만원으로 2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조합원의 수익성 지표는 반대로 움직였다. 비례율이 확 떨어졌다. 비례율은 재건축으로 짓는 새 아파트를 배정할 때 기존 집(종전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총 분양수입 - 총지출) / 종전자산 총평가액'으로 계산한다. 100%를 넘을수록 기존 집 가치를 더 많이 쳐준다는 뜻이다. 기존 집이 10억원이고 비례율이 110%이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인정받는 금액(권리가액)은 11억원이 된다. 조합원 분양가가 15억원이라면 4억원을 추가로 내면 된다. 비례율이 90%이면 권리가액이 9억원으로 줄어 추가분담금은 6억원으로 늘어난다.

은마 비례율이 2023년 100.47%에서 지난해 11월 94.17%로 낮아진 데 이어 4월에는 83.14%로 5개월 만에 10%포인트 넘게 내렸다. 추가분담금은 급등했다. 전용 84㎡ 조합원이 같은 84㎡를 배정받는 데 드는 추가분담금이 2023년 1억1800만원에서 지난해 1억8400만원, 4월 3억2000만원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단지가 커지고 분양수입도 늘었는데 조합원 비용 부담이 더 커진 이유가 뭘까.

기존 집값 급등과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비례율 공식에서 분자(분양수입-사업비)보다 분모(종전자산 평가액)가 더 커진 탓이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2023년 대비 4월 총분양수입은 36% 늘었지만 종전자산 총평가액과 총지출은 각각 52%, 55% 증가했다. 전용 84㎡의 종전자산 평가액은 22억원에서 35억원으로 59% 올랐다. 총지출의 주요 항목인 공사비는 3.3㎡당 700만원대에서 930만원으로 뛰었다. 분양수입이 늘어도 그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기존 집값과 공사비가 수익성을 갉아먹은 구조다.

일반분양가와 같아진 조합원 분양가 

재건축 조합원의 메리트도 사라졌다. 2023년 일반분양가 대비 90%이던 조합원 분양가가 지난해 11월 98%로, 4월에는 100%로 올라갔다. 사업비 충당을 위해 조합원 분양가로 메우다 보니 조합원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조합원 분양가 '할인'이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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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그러다 보니 조합원이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일반분양가보다 더 많아졌다. 권리가액이 줄고 추가분담금이 늘다 보니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 커진다. 새 아파트 전용 84㎡ 일반분양가가 32억3000만원인데, 기존 전용 84㎡를 가진 조합원이 같은 크기로 갈아타는데 35억원짜리 집을 내놓고 추가분담금 3억2000만원을 더 내야 해서 실제 들인 돈이 38억2000만원이다. 일반분양가보다 6억원 많다. 입주 후 재건축부담금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현재로써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수억원대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무주택자 우선 청약가점제 중심인 청약제도에서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조합원은 새 아파트 배정을 100% 보장받으므로 두 경우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일반분양보다 더 부담하는 금액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일반분양 대신 확실한 조합원이 되는 데 드는 프리미엄인 셈이다.

조합원 프리미엄 비용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집값이 오를수록 일반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탓에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기간 일반분양가 상승률이 종전자산 평가액 상승률에 크게 못 미쳤듯, 일반분양가는 걷는 사이 종전자산 평가액은 뛸 수 있다. 공사비도 더 오를 것이다. 현재 은마가 잡은 3.3㎡당 930만원도 높지 않다. 이달 현대건설이 수주한 압구정3구역 공사비는 3.3㎡당 1120만원이었다.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인 성수재개발이 제시한 공사비가 3.3㎡당 1130만~1140만원, 여의도 목화는 3.3㎡당 1370만원이다.

일반분양보다 비싸도 신축보다는 저렴

물론 일찌감치 조합원이 된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전용 84㎡를 20억원에 샀다면 현재 기준으로 추가분담금 3억2000만원을 내더라도 일반분양가 32억3000만원보다 10억원 정도 적게 든다. 이미 한껏 오른 가격에 들어오는 신규 조합원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 40억원에 산다면 43억2000만원을 들이는 것이어서 일반분양보다 11억원 더 부담한다.

그렇다고 강남 재건축이 더는 '로또'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43억2000만원에 재건축부담금을 합쳐 50억원을 들이더라도 새 아파트 시세가 60억원이라면 10억원을 남길 수 있다. 일반분양과 비교해 로또가 아니다.

은마가 보여준 역설은 강남 재건축 시장 전체에 해당한다. 집값이 오를수록 공사비 상승과 맞물려 사업성이 나빠지고 조합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그래도 강남 재건축 신축이 3.3㎡당 2억원을 넘볼 정도로 초고가 시세를 형성하는 한, 시장은 강남 황금알 기대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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