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타벅스 5·18 마케팅 논란, 사안 본질 파고드는 분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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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74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 최현철 중앙일보 편집국장대리,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유재연 한양대 겸임교수,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 전경주 국방연구원 연구실장. 우상조 기자
제74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6·3 지방선거의 구조적 쟁점을 짚은 분석 기사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성과급 분배를 둘러싼 일련의 보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스타벅스 5·18 마케팅 논란과 같은 사회적 논쟁 사안에서 언론이 공론장을 이끄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번 달은 지방선거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본 분석 기사가 꽤 많았다. 12일자 4면 ‘강성지지층 올인 정치 질렸다… 갈 곳 잃은 무당층 30%’는 무당층 비율이 지난 두 차례 지방선거에 비해 유독 높아지는 현상의 원인을 혐오·배제의 정치, 양극화 문제로 짚고 인터뷰도 풍부하게 실어 좋았다. 18일자 5면 ‘선거도 전에 504명 무투표 당선 유력’은 양당 독과점 구조와 선거법·정당법상 지역정당이 불가능한 문제까지 구조적으로 잘 짚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소송 시리즈(12일자 1면)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다뤘는데, ‘맞학폭’ 현상에 좁게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다. 더 넓게 보면 이는 ‘학교 현장의 사법화’ 문제다. 적절한 시점에 비중 있게 다뤄줬으면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4월 말부터 5월까지 가장 매일 본 기사가 삼성전자 파업 관련 보도였다. 파업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선제적으로 경고하고, 미국 등에서 특별 성과급을 우리사주 형태로 지급한 사례를 미리 짚어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업 쪽으로 기운 흐름이 아쉬웠다. 노조 입장에서는 일정 성과를 받기 위해 밀어붙이는 것이 당연한데, 노조의 입장이 좀 더 반영됐다면 균형이 맞았을 것이다. 7일자 1면 ‘스마트 개미, 7000피 열다’ 기사는 자본시장 주역으로 부상한 개인 투자자를 빚 증가라는 이면까지 함께 다뤄 잘 만들어진 기획이었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13일자 1면 ‘청와대가 쏘아올린 AI 신분배론’ 기사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꺼낸 화두는 ‘AI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였는데, 기사에서는 ‘기업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읽히는 대목이 있었다. 반면 같은 날 26면 사설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초과 세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 앞선 혼란을 수습한 좋은 글이었다. 26일자 26면 김창우 선임기자 칼럼 ‘머스크의 페이팔 마피아와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첨단 산업의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데 회의감을 표한 점은 좋았다. 다만 페이팔 마피아 자체가 정부 정책과 긴밀히 얽혀 성장한 사례인 만큼, 민간 주도 성장의 모범 사례로 끌어온 것은 적절치 않았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삼성전자 파업 보도는 30조·100조원 피해 가능성과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까지 진작 짚었어야 할 내용을 다뤘고, 전문가 시각과 해외 사례도 잘 소개해 좋았다. 다만 ‘n프로 성과급’을 전 직원이 똑같이 가져야 하는지 등 분배의 본질 문제는 짚어주지 않아 아쉬웠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산업 분야를 짚는 보도가 이어진 점도 좋았다. 11일자 B4면 ‘판로 막혀 두 달 매출 0, 미로 갇힌 중고차 2만대’ 같은 기사가 그 예다. 반도체나 조선 일부 업종이 잘 나가는 반면 죽어나가는 산업이 있다는 점을 좀 더 발굴해 보도해주면 좋겠다. 19일자 10면 강남 아파트 ‘아파트판 연고전’ 기사는 누리꾼 찬반 반응만 인용된 가십성 기사로, 사회면 두 번째 자리에 크게 다룰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5일자 1면 ‘물이 곧 무기, 중동발 워터 워’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물 문제가 환경을 넘어 전쟁·안보·AI까지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는 점을 폭넓게 다뤘다. 다만 ‘한국도 물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정도로 마무리해 국내 정책과의 연결성도 약했다. 좋은 기획이었던 만큼 2~3차례 심층 기사로 쪼개 다뤄도 좋겠다. 중앙경제 1면 커버스토리를 약 16일 치 살펴봤는데, AI·반도체, 환율·금리, 증시 호황 등 다양한 주제를 시의성 있게 다뤄 의미 있었다. 다만 일반 가게나 자영업자, 서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다. 시장·금융 데이터나 해외 언론 인용은 많았지만 일반 소비자나 시민의 목소리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같은 익명·모호한 출처도 정치면이 아닌 경제면에서는 줄어들면 좋겠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25일자 10면 ‘중, 군함 100척 서해 배치’ 기사를 짚고 싶다. 제목만 보면 중국이 서해에 군함 100척을 집결시킨 것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서해를 포함해 일본·대만·필리핀에 이르는 광범위한 ‘제1도련선’ 전체에 배치된 것이고 부제에 작게 표기돼 있을 뿐이었다. 중국 문제는 민감한 만큼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기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호르무즈 사태 관련 보도도 미국이 한국에 동참을 요구하는데 응할지 말지의 문제로만 다뤄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에는 한국 국적 선박 25척과 선원 116명이 묶여 있고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통과한다. 한국의 국익이 직접 걸린 사안인 만큼, 자유롭고 개방적인 항해를 위해 어떤 다자 협의체에 참여할지 따지는 방향으로 후속 보도가 나왔으면 한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스타벅스 5·18 마케팅 논란과 삼성전자 성과급, 학교폭력은 답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난제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는 만큼 사안의 본질까지 파고드는 취재가 필요하다. 스타벅스 사태의 경우 광고·마케팅 의사결정 구조에서 최소한 말단에서는 5·18을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GTX 철근 누락 사태도 큰 문제로 떠올랐는데 중앙일보가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지방선거 영향을 고려했을 수 있지만, 서소문 고가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더하면 시민 안전의 기본 문제다. 집중적으로 짚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12일자 1면 ‘학폭 가해자 소송시대’ 시리즈는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학폭 사건에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 않고, 한 번 학폭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과를 뒤집기도 어렵다. 정작 짚어야 할 문제는 사실관계를 가리는 심의 단계에서 엄격한 증명 없이 결정이 내려지면서 억울한 가해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 지점을 다루는 보도가 필요하다. 22일자 2면 ‘경찰 “김수현 미성년 교제설, AI 음성조작”’ 기사는 법조인들에게 ‘올 것이 온’ 사례를 보도한 기사다. 그동안 녹음·사진·영상은 재판에서 그래도 믿을 만한 증거로 여겨졌는데, 딥페이크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이런 자료조차 조작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단순 연예인 가십이 아니라 앞으로 재판에서의 증거 능력 문제로 발전시켜 다뤄주면 좋겠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자극적인 가격 정보에 머물지 않고 미술 시장의 이면과 작품의 미학적 가치, 인간적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낸 14일자 16면 ‘어느 집 거실에 걸려있던, 132억 우주가 펼쳐졌다’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1일자 6면 ‘이태원 참사 구조 도운 뒤 악몽… 이태원 클라쓰의 비극’ 기사도 그렇다. 대형 참사는 발생 직후 집중 보도되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식기 마련인데, 이 기사는 사건 종결 뒤 트라우마와 싸우는 30대 생존자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트라우마센터 같은 지원 제도가 정작 당사자에게 닿지 못하는 현실까지 짚었다. 참사를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과제’로 끌어올린 후속 보도의 모범 사례였다.
▶오세정 위원장=18일자 1면 ‘반도체 과실 쪼개는 한국, 키우는 일본’ 톱 기사는 초점을 잘못 맞췄다. 한국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단계이고, 일본은 정부가 산업에 돈을 부어 키우는 단계다. 처지가 다른 두 나라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 셈이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진짜 과제는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나눌 것인가다. 18일자 8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탐구 기사는 상당히 괜찮았다. 지방선거 보도가 과거보다 부쩍 줄어 후보자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정치 무대에 호명된 인물의 행적과 삶을 충실히 짚어줬다. 주요 도시, 주요 후보들에 대한 이런 인물 탐구 기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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