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고지대로 실력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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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나란히 멀티골을 터트린 뒤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오른쪽)과 환호하는 조규성. 한국은 5-0으로 완승했고, 손흥민도 오랜 골 침묵에서 깨어나 홍명보호에 희망을 안겼다. [뉴스1]

사면초가(四面楚歌).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분위기였다. 두 달 전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코트디부아르(0-4패)와 오스트리아(0-1패)에 잇달아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LAFC)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이번 시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향해 환호 대신 비판을 퍼붓는 팬들이 많다. 급기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달 29일 “월드컵이 끝난 뒤 협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자신을 제물로 바쳤다.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거둔 5-0 대승은 대표팀을 둘러싼 음울한 공기를 바꾼 ‘희망가’였다.

무엇보다 ‘캡틴’ 손흥민의 멀티골이 반갑다.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1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섰지만, 이날 손흥민의 움직임은 우리가 알던 대표팀 에이스 7번의 모습 그대로였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40분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은 뒤 전반 43분 페넉티킥으로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전(2-0) 이후 약 6개월 만에 A매치 골이다. 올해 LAFC 소속으로도 미국 MLS 13경기에서 득점 없이 9도움만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로써 ‘에이징 커브’ 우려를 씻어냈다. 손흥민은 또 A매치 통산 55, 56호골을 기록하며 차범근의 역대 최다 득점(58골)에 두 골 차로 따라붙었다.

경기 후에 만난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그는 “골을 넣었을 때랑 안 넣었을 때나 항상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저의 방식”이라며 평정심을 지켰다. 그러면서 “대승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교체됐는데, 대신 투입된 조규성(미트윌란)도 후반 21분 주특기인 헤더, 후반 32분 오른발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날 벤치를 지킨 오현규(베식타시)까지 더해 최전방 주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후반 30분엔 황희찬(울버햄프턴)이 페널티킥 골을 추가했다.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전캠프를 차리고 훈련한 성과도 드러났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1571m 고지대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르는 홍명보호는 과달라하라와 비슷한 고도인 해발 1460m의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지난 19일부터 적응 훈련했다. 홍 감독은 이날 8명을 교체 투입하며 많은 선수에게 고지대 실전 경험 기회를 줬는데, 움직임에 큰 문제가 없었다.

이 밖에도 희망적인 소식이 많다. 부상에서 돌아온 ‘중원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은 후반 교체로 출전해 한국의 공·수 전환 속도를 한껏 끌어 올렸다. 대표팀에 깜짝 발탁된 이동경(울산)은 조규성의 골을 돕고, 이기혁(강원)은 기존 수비진과 융합하며 제 몫을 다했다. 이날 홍명보호는 스리백을 펼치다 공격으로 나설 때는 순간적으로 4-2-3-1 전술로 바꿔 상대를 공략하는 ‘가변 스리백 전술’ 공·수 전환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홍 감독은 “손흥민이 득점하고 황인범이 돌아오는 등 결과와 내용 모두 굉장히 좋았다”고 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전력은 예상보다 훨씬 약했다. 우리가 상대할 체코(41위)와 멕시코(15위)는 압박의 강도가 다른 팀이다. 상대의 거친 수비에 부상자가 나온 것도 악재다. 후반 8분에는 조유민(알샤르자), 후반 15분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한국은 4일 엘살바도르(100위)와 모의고사 두 번째 경기를 치른 뒤 결전지 과달라하라로 넘어간다.

한편 한국(25위)의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같은 날 호주(27위)에 1-0으로 이겼다. 전날 남아공(60위)은 나카라과(131위)와 0-0으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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