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란 여자배구 키운 ‘한국엄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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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앙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에서 우승한 이란 여자배구 대표팀과 이도희 감독(앞줄 왼쪽 셋째). 이 감독은 그 후 이란을 탈출해야 했지만, 태국에서 선수단과 상봉했다. [사진 이도희]
전쟁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00년까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왕년의 배구 스타 이도희(58·아래 사진)는 지난 2024년부터 이란 배구와 인연을 맺고 있다. 햇수로 3년째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제의를 받아 연령별 대표팀 등을 지도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여자 성인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성과도 눈부셨다. 지난해 10월에는 중앙아시아배구연맹(CAVA)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란 여자팀이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건 62년 만이었다.
지난 3월 이란 배구와 행복한 동행에 균열이 생겼다. 이란을 겨냥한 공습이 심해지면서 이 감독은 자식 같은 선수들과 생이별했다. 이 감독은 외교부와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이란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감독은 “한국에 온 뒤에도 선수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안타까웠다. 선수들은 내게 꼭 돌아오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왔다. 이란배구협회는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 챔피언스리그에 선수단을 파견했고, 이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각국 리그 우승팀이 출전하는 대회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란을 대표해 출전한 메흐레간 누르도 이 감독이 지도했던 팀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이란에서 사흘이나 걸려서 태국까지 왔다더라. 태국에서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펑펑 났다”고 했다.
AVC 챔피언스리그가 끝난 뒤 이 감독의 투어는 계속됐다. 지난달 29일에는 네팔 카투만두에서 끝난 중앙아시아 선수권에서 2년 연속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이번 대회 전 FIVB 랭킹은 카자흐스탄이 36위, 이란이 46위였으나 이란은 한 수 위의 카자흐스탄을 조별리그와 결승에서 두 번이나 연거푸 이겼다.
이 감독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선수들이 조금만 힘들면 안 하고, 포기하려 했다. 때론 엄하게 때론 부드럽게 다독였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 감독의 큰아들(27세)과 비슷한 또래다. 이들은 이 감독을 엄마처럼 따른다.
이도희 이란 여자배구대표팀 감독과 정선혜 코치, 선수들. 사진 이도희
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 이란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감독도 선수들과 한마음이다. 이 감독과 이란 대표팀은 6일 개막하는 AVC컵에 출전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났다. 조 2위 안에 들어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만날 수도 있다. 이 감독은 “4강 진출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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