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아백혈병 재발 막는 신약 쓰려니…‘1회 5000만원’ 비급여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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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은 우리 유주처럼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이 재발해 치료를 이어가는 박유주(6)양의 어머니 최원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유주는 2024년 8월 ALL진단을 받았다. 소아 혈액암 가운데 가장 흔한 ALL은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백혈병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는 병이다.

소아 혈액암은 성인보다 항암 치료 성적이 훨씬 좋은 편이다. 의학 발전으로 고강도 표준 항암 치료를 받으면 환자 10명 중 8~9명은 완치에 이른다.

유주와 가족들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치료 과정은 길고 고됐다. 항암 치료로 입안이 하얗게 헐어 밥을 먹기 어려웠고, 면역력이 떨어져 외부와 차단된 무균실에서 혼자 지내야 했다. 어린 유주는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뎠다.

암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유주의 백혈병이 재발했다. 1차 치료 뒤 골수 검사에서는 정상 수치가 확인됐고, 눈에 보이는 백혈병 세포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미세하게 남아 있던 암세포가 다시 증식한 것이다. 전체 소아암 환자의 약 15%는 유주처럼 치료 뒤에도 재발을 겪는다.

최씨는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재발 소식을 들었을 때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주는 현재 재발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 CAR-T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처음 치료할 때 완치율이 높지만, 재발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재발 이후 생존율은 1차 치료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첫 치료 단계에서 몸속에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를 최대한 없애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 소아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치료에서는 암젠의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를 활용한 공고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고요법은 초기 항암 치료 뒤 눈에 보이는 암세포가 사라진 상태에서, 몸속에 미세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까지 제거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치료 단계다.

블린사이토는 이중특이항체 면역치료제다.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T세포와 암세포를 서로 연결해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다. 숨어 있는 범인의 위치를 경찰에게 알려 검거하게 하듯, 블린사이토는 면역세포가 현미경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백혈병 세포까지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치료 목표는 몸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것이다. 블린사이토 공고요법을 받은 소아 환자의 94~97% 이상이 3년 동안 재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 뒤 어려운 치료에 매달리는 대신, 첫 치료 단계에서 재발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아 혈액암 치료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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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투병 중 생일을 맞은 유주가 케이크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 환아 보호자 제공

혁신적인 신약이 세상에 나왔지만, 유주는 재발을 막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유주가 백혈병 치료를 시작한 2024년 8월 당시에는 1차 치료 단계에서 블린사이토를 쓰는 치료법이 국내에서 아직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치료법은 지난해 2월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사용할 길은 열렸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1회 치료(1주기) 비용만 약 5000만원에 달한다. 소아는 상태에 따라 1~2주기 치료한다. 비급여 진료라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재발을 막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지만, 비용 때문에 실제 치료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에서 급여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 해외 주요국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은 2024년, 호주와 캐나다는 2025년, 싱가포르는 2026년 1차 치료 사용을 허가하고 급여 등재까지 마쳤다. 특히 호주는 허가 후 35일 만에 건강보험 등재를 결정했다. 다른 의약품이 허가 후 급여 적용까지 평균 647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이다.

소아암에서 첫 치료는 단순히 암을 없애는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재발 없이 성장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는 출발점이다. 소아 환자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살아갈 시간이 길다. 첫 치료에서 재발 위험을 낮추면 독한 항암 치료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이게 되고, 심장 독성처럼 몸에 누적되는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영구 불임, 탈모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대신할 수 있다.

유주의 주치의인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난치병인 소아 혈액암에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CAR-T 치료제 등 임상적으로 생존율을 높인 치료법이 나오면서 치료 예후가 크게 개선됐다”며 “효과적인 최신 치료가 가정 형편에 따른 선택이 아닌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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