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 99% 도려내고도 살았다” 아내 집마당에 묻은 신애라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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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거긴 걱정 하나도 없지?”
집 밖을 나서기 전, 그는 앞마당에서 가장 볕 잘 드는 곳에 멈춰 인사를 건넸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봉안묘 앞이었다.
신영교 작곡가가 2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묘비를 닦고 있다. 그는 아내를 자택 앞마당에 묻었다. 강정현 기자
아내는 숨을 거두기 직전 그에게 “나 잊고 좋은 사람 만나요”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내 말이라면 다 듣던 그였지만, 그 말만은 지킬 수 없었다. 아내는 43년 전 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그를 지극정성으로 살려낸 생명의 은인이었다.
얄궂게도 22년 전 먼저 천국에 간 아내를 그는 집 마당에 묻었다. 위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가 의사의 예언보다 40여년을 더 살아내며 마주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지는 100세 시대의 그림자였다.
사위 차인표, 딸 신애라 그리고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영교 작곡가(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신영교
이 이야기의 주인공, 신영교(89·이하 경칭 생략)씨는 배우 신애라의 부친이자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동요 ‘시소’를 작곡한 음악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생전 장례식’을 치렀다. 마치 생애 마지막 날처럼 삶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신애라·차인표 부부를 포함한 가족·지인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남양주 그의 집을 찾아갔다. 생전 장례식까지 치르면서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100세의 행복3〉 이번 화엔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하며, 생기 넘치는 삶을 즐기고 있는 신영교의 이야기를 담았다. 암으로 위장의 99%를 떼어낸 그가 먹는 음식들, 삶을 즐기는 마음가짐은 모두 주옥같은 건강 비결이었다.
남은 위 1%, 아내가 찾아낸 기적
46세이던 1983년, 나는 위암 선고를 받았다. 젊은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소주 한두 병은 우습게 비우던 폭음 습관이 화근이었다.
암은 곧 사형선고이던 시절이었다. 의사는 내게 1년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가족들은 포기 상태로 그저 하염없이 울면서 기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작 14살짜리 막내딸 애라를 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위장의 99%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신영교 작곡가(왼쪽)의 생전 장례식에서 딸 신애라씨가 아버지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하이패밀리
진짜 고통은 그 뒤에 찾아온 항암 치료였다. 구토에 식욕 부진까지…. 음식을 먹을 수도, 잠을 편하게 잘 수도 없었다.
다행히 아내는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아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나를 지켜보더니 어느 날 주치의를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만약 박사님 가족이라면 지금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의사의 답은 이랬다. “저라면 항암 치료를 그만두겠습니다.”
아내는 그날로 당장 항암 치료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국내에 나온 암 관련 서적을 몽땅 독파하며 ‘생존법’을 공부했다. 먹이는 것, 재우는 것, 돌보는 것 하나하나 나에게 적용했다.
수술 후 내 위는 겨우 1%만 남은 채 완전히 쪼그라든 상태였어요.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죠. 하루 7~8끼를 조금씩 나눠 정성껏 식사를 차렸어요. 그때 생긴 습관으로 아흔인 지금도 하루 4끼에 걸쳐 조금씩 자주 먹고 있어요.
※날것이 위험한 위암 환자에게 아내가 매일 먹인 뜻밖의 음식과 매일 아침 머리맡에 둔 ‘비장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남은 위 1%를 밥통으로 키워내며 덤으로 얻은 43년 인생, 그 기적을 만든 아내의 항암 비밀 노트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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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99% 도려내고도 살았다” 아내 집마당에 묻은 신애라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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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위한 가장 지적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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