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군 죽이자 ‘무기 쇼핑’ 포인트 쌓였다…게임이 돼버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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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할 때마다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로 드론을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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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V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사진 밀리타르니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 묘사한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드론 전쟁 방식이다. 러시아 병력과 장비를 타격한 전과가 점수로 매겨지고, 이 점수가 무기 조달로 이어지는 구조다. 미군도 현대전에 요구되는 통합 능력에 착안해 드론·로봇·레이더·인공지능(AI) 체계를 하나로 묶는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쟁의 게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살상이 점수 된 전쟁…드론 전과가 무기 조달로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용하는 제도의 이름은 ‘아미 오브 드론 보너스’다. 드론 부대가 수뇌부에 제출한 공격 전과 영상 등을 바탕으로 점수가 지급된다. 적립된 점수는 우크라이나 정부 온라인 장터에서 드론이나 관련 장비를 사는 데 쓴다.

특히 게임이 아닌 현실 속 살상이 게임 점수처럼 환산되고 있다. 러시아군 살상은 다른 전과보다 더 많은 점수를 받는다. WP는 “지난해 가을부터 러시아군을 사살하거나 부상을 입힐때 부여하는 점수를 두 배로 올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드론 공격을 피해 장비를 전선 뒤로 물리고 소규모 보병 침투에 의존한 뒤로 제도를 바꿨다. 저격수 등 소규모 대공 방어부대도 점수 획득 가능 목록에 포함됐다. 적 드론 조종사를 타격하면 일반 보병보다 점수를 두배 더 받는다.

WP는 “표적별 점수는 기밀이지만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해 러시아 보병 1명이 12점에 해당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포인트 제도까지 도입하며 드론 공격에 열중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러시아는 대규모 병력을 희생해 방어선을 조금씩 갉아먹는 ‘고기분쇄식’ 전술을 쓴다. 병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로선 드론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 효과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병력 3만5200명 이상을 무력화하거나 살상했다고 밝혔다. 페도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다섯 달 연속으로 새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보다 더 많은 병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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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조종하는 러시아군. 사진 러시아 국방부

다만 드론 공격이 최종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지를 놓고선 의문이 따른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WP에 “러시아 보병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타격 범위를 넓혀 작전적 종심을 통제하는 데 우크라이나군이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방의 드론 부대, 포병, 지휘·보급망까지 효과적으로 때리는 걸 노린다는 의미다.

우크라 벤치마킹한 美 국방부…AI 통합 속도전

우크라이나의 전술은 미군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미 육군이 콜로라도주 포트카슨 기지에서 ‘탈옥 작전(오퍼레이션 제일브레이크)’이라는 이름의 해커 간 협업 행사(해커톤)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행사엔 보잉·제너럴다이내믹스·안두릴·팔란티어 등 방산업체와 스타트업 기술자 수백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업체가 만든 장비가 한 전장 네트워크 안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은 미군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FT는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지난 4월 루마니아 방문 당시 미군의 대드론 체계가 미국산 레이더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장면에 불만을 표했다”며 “반면 가상 적군 역할(레드팀)을 맡은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익힌 방식대로 장비들을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해 운용했다”고 전했다.

이후 드리스콜 장관은 육군 최고 기술책임자에게 네트워크 통합 계획을 주문했고 9개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직접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몇 주 뒤 수십 종의 미군 장비가 포트카슨으로 옮겨졌다.

행사의 핵심은 자동 연결이었다. 현장에선 위성항법장치(GPS)에 의존하지 않는 항법체계, 드론, 대드론 장비, 기관총을 장착한 지상 로봇 등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FT는 “안두릴의 AI 기반 지휘통제 플랫폼 래티스가 여러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합해 병사가 한두 개 화면으로 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며 “서로 다른 악보를 가진 사람들을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로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같았다”고 표현했다.

드리스콜 장관은 해커톤에서 나온 일부 기술을 한 달 안에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보내 이란 드론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만 유사시에도 미 육군이 비슷한 AI 네트워크 무기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FT의 평가다.

미 육군은 조달 방식도 바꾸려 한다. 드론과 대드론 장비를 동맹국과 미 법집행기관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아마존과 유사한 온라인 구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FT는 “미 육군이 6월 영국, 루마니아, 폴란드 등을 포함한 초기 참여국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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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웹사이트와 로고가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오폭 낳은 AI 속도전…미군 내부서도 신중론

미군 내부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프랭크 브래들리 미 특수작전사령관은 최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회의에서 AI가 우리가 의도한 곳에만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브래들리 사령관의 우려가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당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 미군에 의해 벌어진 오폭 사태가 그 예다. 당시 최신화되지 않은 표적 데이터가 AI의 오판을 야기했고, 인간이 육안으로 위성 사진을 검토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멀리사 존슨 미 특수작전사령부 획득 담당자는 AP통신에 “우리가 AI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작전요원의 판단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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