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톤당 100만원이 0원으로”…‘감튀 왕국’ 벨기에, 감자 대란에 밭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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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그랑플라스 광장에서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농민 시위 이후 한 환경미화원이 도로에 쏟아진 감자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인 벨기에가 이례적인 풍작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감자 공급 과잉 사태에 직면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경쟁 심화까지 맞물리면서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 가격이 사실상 거래 중단 수준까지 폭락했다. 일부 농가는 팔리지 않은 감자를 밭에 버리거나 무료로 나눠주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벨기에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의 현물시장 가격은 수개월째 t당 0유로에 머물고 있다. 3년 전 t당 약 600유로(약 100만원)에 거래되던 가격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벨기에 동부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크리스 드헤이레는 최근 팔리지 않은 감자 1000t을 자신의 밭에 다시 버렸다. 구매자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 감자에 싹이 나면서 폐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토지 관리비와 종자, 비료,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16만 유로(약 2억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유럽 전역의 기록적인 풍작에서 시작됐다. 감자튀김 산업 성장에 맞춰 재배 면적이 확대된 데다 기상 여건까지 좋아 생산량이 급증했다. 유럽 감자 수확량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현재 유럽 전역에서 감자튀김용 감자 약 500만t이 남아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벨기에 감자농가조합 벨가폼(Belgapom)은 현물시장 거래가 사실상 멈춘 이후 두 달 넘게 공시가격을 0유로로 유지하고 있다. 가공용 감자 가격은 올해 2월 t당 15유로, 3월 10유로까지 떨어진 뒤 거래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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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독일 프로부르크의 한 농산물 창고에서 지게차가 감자를 트레일러에 싣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감자튀김용 감자가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이면서 독일에서는 팔리지 않은 감자 4000t이 푸드뱅크와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에서는 한 농민이 팔리지 않은 감자 4000t을 처리하기 위해 무료 나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감자 홍수’를 뜻하는 ‘카르토펠 플루트(Kartoffelflut)’라고 부른다.

문제는 공급 과잉에 국제 정세 악재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유럽산 감자튀김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월드포테이토마켓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까지 12개월간 EU의 대미 냉동 감자튀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중동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냉동 감자튀김은 냉장 보관과 운송이 필수여서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으로 에너지·운송 비용이 상승했고,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시장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인도·이집트 등 저가 생산국의 추격도 거세다. 유럽 내 물가 상승으로 외식 수요가 줄어든 것도 감자튀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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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주사제. 최근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확산이 감자튀김 등 고칼로리 가공식품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장기적으로는 식습관 변화도 변수다. 건강식 선호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위고비·오젬픽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이 늘면서 감자튀김 같은 가공·튀김 식품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가격 폭락은 냉동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에 국한된 현상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식용 감자 가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벨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감자 소비와 수출이 급감하면서 약 75만t의 재고가 쌓이는 감자 대란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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