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는 대놓고 “공화당 투표하라” 유세…李는 안 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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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27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27일에는 부산 남항시장을 찾았다. 선거와 관련한 발언은 따로 없었다. 이 대통령은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육성해 국가 균형발전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동남권 투자 확대” “민생·경제 행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선거를 코앞에 둔 대통령의 현장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관권(官權) 선거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주 서펀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행사를 열었다. 트럼프는 연설 도중 지역구의 마이크 로울러 공화당 하원의원을 무대에 올려세운 뒤 “로울러는 정말 훌륭한(terrific) 인물이다. 당신들은 그를 곁에 두게 되어 행운이다. (그에게) 투표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구는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취약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짚었다.

선거를 앞두고 같은 듯, 사뭇 다른 풍경이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한·미 양국에서 모두 논란거리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 없는 행보라고 선을 긋고,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여당 후보를 치켜세운다. 양국의 다른 법 제도와 문화 때문이다.

한국은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등 금지)에 따라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규제한다. 85조 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당법 22조는 대통령의 당적 보유를 허용한다. 공무원으로서 정치 중립이 의무인 만큼 경계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매번 선거마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선거 활동에 관해 대통령의 정치 활동의 자유와 선거 중립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공무원을 동원해 치른 관권 선거 등 폐해를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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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주 서펀의 한 행사장에서 마이크 로울러 공화당 하원의원의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대통령이 선거철마다 전용기(에어포스원)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1등 선거 운동원’으로 나서 유세를 펼친다. 트럼프가 유별난 건 아니다. 전임 부시·오바마·바이든 대통령도 선거철마다 유세장을 누볐다. 하지만 정치적 활동의 한계는 불문율처럼 지켰다. 대통령이 야당 정책을 비판하고 소속 정당의 지지를 호소하더라도, 직접 야당 후보를 비난하거나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하는 일은 없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주로 주말을 활용해 공화당 지원 유세장을 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노골적으로, 수시로 야당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다. 여당 후보에 대해선 극찬을 늘어놓는다. 지난 2월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현역 군인을 상대로 “당신들은 우리(공화당)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독려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미국판 공직선거법은 ‘해치법(Hatch Act)’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유권자를 매수한 사건을 계기로 해당 입법을 주도한 칼 해치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1939년 제정했다. 연방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할 목적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자기의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해치법은 독특하게도 대통령·부통령을 예외로 뒀다. 공무원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취지에서다. 다만 공무가 아닌 개인으로서 선거 활동에 드는 경비는 대통령이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아닌 백악관 인사와 일부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행보에 대해선 해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영국·독일은 총리가 다수당의 지도자인 만큼 오히려 전면에 나서 선거전을 치른다. 다만 개인 시간이나 휴가 기간에 선거 유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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