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체 데이터 복제했더니 몸에 구멍이 뻥…칸·안시 사로잡은 K-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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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크루아제트 해변에서 XR 단편 '부우우--- 피이이---'로 초청된 우박스튜디오의 박지윤(왼쪽), 우현주 작가를 만났다. 이 작품은 6월 21일 개막하는 '애니계의 칸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도 초청됐다. 프랑스 칸=나원정
신체 데이터를 복제해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게 일상화된 미래가 온다면, 데이터 제공자에겐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까. 가령 복제한 데이터의 일부가 유실된다거나 말이다.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이머시브(몰입형 영상) 경쟁 부문에서 전세계 진출작 9편 중 한국 대표로 초청된 XR(확장현실) 단편 ‘부우우---피이이---’ 속 상상이다. 국민대 영상디자인학과 동기로 만나 우박스튜디오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우현주(33)·박지윤(33) 작가가 공동 연출했다.
79회 칸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우박스튜디오 '부우우---피이이---' #신체 데이터 업로드 부작용 상상 #"기술 발달로 사라지는 감각 담았죠"
신체 데이터 복제했더니, 몸에 구멍이 뻥
올해 칸에서 총 3회 공식 상영한 이 작품 상영회는 매 회차 최대 120명 정원이 대부분 가득 차며 300여명 관객이 몰렸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칼튼호텔에서 진행된 상영회에선 영상업계 관계자 등 관객 100여명이 일제히 VR(가상현실) 헤드셋을 끼고 거대한 홀에 모여 두 팔을 허우적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숫자가 지정된 원 안에 자리 잡자, “몸에 구멍이 생겼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작품 속 세계가 펼쳐졌다.
우박 스튜디오 XR 단편 '부우우--- 피이이---'에선 VR헤드셋을 끼면 관객이 화자의 입장이 된다. VR 영상 속 관객의 손은 어느새 손가락 끝이 뭉툭한 개구리 손으로 바뀌어 있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극 중 화자는 신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복제한 뒤부터 몸에 구멍이 난 것 같다고 호소한다. 관객은 바로 이 화자의 입장. VR 속 화자(관객)는 손대는 물건마다 투명하게 부풀어 허공으로 사라지는 환각마저 본다. 의사는 흔한 감기라도 되는 양 대수롭지 않게 ‘개구리 울음주머니 증후군’이란 진단을 내린다.
화자의 손은 어느새 손가락 네 개짜리 개구리 발이 되어있다. 화면 지시대로 양손을 맞대어 허공에 구멍을 내자, 헤집어진 화면 너머로 이 모든 현상 이면의 숨은 현실이 드러난다.
극장형 인터랙티브 시네마…칸 실험 올라탔다
두 감독이 우화적 상상을 보탠 친근한 스토리에 근미래 사회의 일상적 감각을 실감나게 묘사한 덕에 관람 시간 20분이 순식간이다. 이 작품은 아르코 창작산실 기금으로 제작해, 지난해 11월 국내 전시를 먼저 했다. 당시 국내 전시는 최대 3명씩 관람하는 형태였다면 칸영화제에선 최소 90명에서 120명까지 동시 체험하는 극장형 관람에 도전했다. 3년 전 이머시브 부문을 경쟁으로 전환하고 상영공간을 지난해부터 칼튼호텔로 옮겨 관람 규모를 대폭 늘린 칸영화제가 최근 주력해온 극장형 ‘인터랙티브 시네마’ 형식을 ‘부우우--- 피이이---’에도 실험한 셈이다.
지난 5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던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서 한국 XR 단편 '부우우--- 피이이---'를 체험 중인 현지 관객들의 모습이다. 프랑스 칸=나원정
그런 새로움 덕분일까. ‘부우우--- 피이이---’는 올해 이머시브 부문 수상은 불발됐지만(대상은 뉴욕 지하 세계를 탐험한 다큐멘터리 ‘카타바시스’가 가져갔다), 매 상영 문전성시를 이루며 주목받았다. 칸 현지에서 만난 두 감독은 “어안이 벙벙하다”(우현주),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맞나, 싶다”(박지윤)고 들뜬 심경을 내비쳤다.
본체 대체하는 디지털 데이터, 사라지는 감각들
2021년 설립한 우박스튜디오는 첨단 기술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해, 동떨어져 보이는 사건들을 사회적 맥락으로 관통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원래 '부우우--- 피이이---'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의 부피감을 몸으로도 느낄 수 있는 수트를 입고 체험해야 하지만, 칸영화제에선 동시에 최대 120명씩 수용한 극장형 관람 방식에 따라 총 3벌로 한정된 수트는 일부 관객만 경험할 수 있었다. 프랑스 칸=나원정
이번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디지털 트윈으로 대체되는 등의 위기감 속에 파업까지 단행하는 현상을 지켜보며 착안했다. 이러한 실체 없는 가상 데이터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바다 속엔 초대형 데이터 센터들이 들어선다. 여기에 우 감독이, 노화로 인해 몸속에 빈 공간이 생긴 듯이 찍힌 할머니의 CT 이미지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이른바 가상과 현실의 부피감이 역전되고, 데이터가 ‘나’라는 존재를 대변하는 시대다. 박 감독은 “VR 공간에서 손을 인터페이스로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 손에 느껴지는 것들은 오히려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이처럼 가상 환경이나 기술 발달 과정에서 어떤 감각들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한국말 ‘부피(Volume)’에서 따온 제목은 작품 내내 명상적인 음악처럼 반복된다. 우 감독은 “칸영화제 장비 설치팀도 ‘부~ 피~’하고 노래처럼 흥얼거리더라” 웃은 뒤 “사운드적인 매력도 있지만, 원래 한자 뜻(付皮)을 다르게 풀어 아닐 부(不), 껍질 피(皮)란 중의적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찍고 ‘애니계 칸’ 안시도 간다
극 중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돼 알고리즘 밖으로 밀려난 데이터 조각들은 껍데기만 남은 유령처럼 깊은 바다 속을 배회한다. 우 감독은 이를 ‘데이터의 유적’이라 표현했다. 데이터 범람이 낳을 미래의 풍경이다. “부스러진 형태,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정보값)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을 뿐이란 얘기를 우리끼리 많이 했어요. 심해저의 생물들도 투명해짐으로써 포식자에게 노출이 안 되고 살아남잖아요. 부스러진 데이터 조각들이 이 기술 안에 유용한 데이터로 포함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우리 세계에 함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더 자연스러운 (미래) 현실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우현주)
‘부우우---피이이---’는 이달 21일 개막하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도 전세계 10편의 신작을 선정하는 이머시브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일명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통하는 영화제다. 이어 국내에서도 영화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이런 몰입형 콘텐츠가 아직 생소한 듯해도 이미 우리 교육현장 깊숙이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박 스튜디오는 국내 아트센터와 연계한 학교 방학 프로그램으로 전통 놀이를 몰입형 설치 영상과 결합하는 등의 프로젝트를 해왔다.
우 감독은 무거운 VR 헤드셋이 사라질 미래도 머지않으리라 예견했다. “가벼운 머리띠만 쓰면 홀로그램이 작동한다든가 다양한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야기 안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상황을 조작해볼 수 있는 매력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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