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금은보화 꽃나무 나란히 피었네…한·프랑스 140년 돌아보는 ‘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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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반화:상서로운 마음'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반화(복제품)를 촬영하고 있다. 원본은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옥·산호·진주·마노에 물총새 깃털까지…. 갖은 진귀한 재료로 화분에 심어진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정교하게 재현했다. 연꽃무늬 금색 쟁반 위에 분재(盆栽)한 것처럼 꾸며진 이 한 쌍의 공예품 이름은 반화(盤花). 원래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에 즈음해 고종(재위 1863~ 1907)이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1837~1894)에게 보낸 선물이다.
국립고궁박물관과 덕수궁 돈덕전 #한·프랑스 수교 140년 기념 전시 #김영희 옥장의 특별 재현품 눈길
140년 전 파리로 건너간 반화를 국가무형유산 김영희 옥장이 1년여에 걸쳐 섬세하게 재현했다. 각각 높이 47㎝(소나무), 높이 42.5㎝(측백나무)인 한 쌍을 두 벌 제작, 국립고궁박물관과 덕수궁 돈덕전에서 나란히 선보인다. 올해 140주년을 맞은 한국·프랑스 수교 기념 특별전 2건을 통해서다.
3일부터 8월 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은 조불 수교 당시 관련 문서들의 원본, 고종과 카르노 대통령이 교환한 선물과 관련 기록, 그리고 대한민국과 프랑스 역대 대통령이 주고받은 선물과 서신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이홍주 학예연구사는 “수교 당시 주고받은 선물들은 양국의 문화 정수를 보여주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우를 담고 있다”고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높이 62.1㎝의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장식용 대형 화병으로 1888년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했다. 2020년 국립고궁박물관의 ‘신왕실도자전’에서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던 도자기다. 고종은 이를 포함해 3점의 프랑스 도자기를 선물 받고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이에 답례로 고려청자 2점과 반화 등을 보내면서 의례서와 역사서도 별도로 선물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옹기주병’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고국에 175년 만에 돌아와 선보이는 ‘옹기주병(술병)’도 눈길을 끈다. 한국와 프랑스의 사실상 첫 만남은 1851년 신안군 비금도에 프랑스 고래잡이 배 나르발호가 표류하면서다. 높이 24㎝의 옹기주병은 선원들을 구출하러 조선에 온 프랑스 외교관 몽티니가 조선 관원과 만났을 때 선물로 받았다. 바닥에 이 같은 사연이 간단히 적힌 채 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르도자박물관에 기증돼 현재도 소장돼 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이뤄진 전시는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과 프랑스 대통령들 간의 선물 교환도 보여준다. 프랑스의 은제 그릇, 도자기 외에 에르메스에서 만든 소반, 디올 핸드백 등이 눈길을 끈다. 노태우, 김영삼 두 전 대통령이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나전칠기함, 상감청자 등의 공예품도 미테랑 기념물 박물관의 협조로 선보인다.
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반화:상서로운 마음'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고종이 카르노 대통령에게 답례품으로 보낸 반화를 더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쪽은 덕수궁 돈덕전의 ‘반화: 상서로운 마음’ 전시다. 반화를 외교 선물로 선택하며 전하고자 한 뜻을, 각각의 요소 속 길상(吉祥)의 의미를 통해 조명했다. 예컨대 모란은 ‘꽃의 왕(花王)’으로 불리며 부귀영화와 태평성대를 상징하는데, 왕실 의례에도 모란 병풍이 흔히 쓰였다. 장수와 절개, 영원성을 상징하는 소나무·측백나무는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병풍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도 등장한다. 이렇듯 실제 왕실 유물을 통해 외교 선물로서의 반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이 프랑스에 수교 선물로 보낸 반화(盤花) 원본(왼쪽)과 재현품. 원본은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카르노 대통령이 받은 반화는 그의 후손이 1953년 ‘코리아의 왕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를 담당한 곽희원 학예연구사는 “원본 대여를 수차례 타진했지만 140년이 되다 보니 이송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서 김영희 옥장의 재현품으로 대체 전시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실에서 만난 21세기 반화는 140년 전 조선왕실의 자존심을 담았던 원본의 화려함에 더 가까운 세공미를 보여준다. 두벌의 재현품 제작은 2024년 국가유산청과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후원협약에 힘입어 이뤄졌다. 돈덕전 전시는 8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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