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청부살인 설계자 된 강동원 “다들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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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마스터’(2016) 때만 해도 아랫 사람한테 지시하는 ‘어른’ 연기가 힘들었는데 ‘설계자’(사진)에선 좀 편해졌다. 나름의 성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NEW]

초인(‘초능력자’), 도사(‘전우치’), 퇴마사(‘검은 사제들’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 이어 청부살인 설계자다. 배우 강동원(43)이 이요섭 감독의 새 영화 ‘설계자’(6월 5일 개봉)에서 청부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삼광보안’ 대표 영일이 됐다.

언뜻 황당한 음모론 같지만, 살인 각본을 위해 타깃의 생활 습관, 동선, 기상 상황까지 파악하는 치밀한 범행 장면이 관객을 설득시킨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홍콩 누아르 거장 조니 토(杜琪峰·두기봉) 사단 영화 ‘엑시던트’(2009)가 토대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동원은 영일을 “약간 소시오패스 같은 인물, 팀원들에 대한 집착도 있고 가스라이팅도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설계자’는 그가 ‘브로커’(2022)의 평범한 청년, ‘천박사 퇴마 연구소’(2023)의 사기꾼 퇴마사 역할 사이에 만난 작품이다. “삭막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던 시기였다”면서 “영일이 아무도 못 믿고 점점 미쳐가며 뭐가 진실인지 모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좋았다. 내 안의 냉철함을 극대화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착착 진행되던 범죄 설계는 영일이 검찰총장 후보 살해를 의뢰받으면서 혼란에 빠진다. 의뢰인은 바로 타깃의 딸. 이 부녀를 뒷조사하던 그는 오래 전 죽은 동료 ‘짝눈’(이종석)의 사고사에 거대 비밀 조직 ‘청소부’가 연루돼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불신 사회에서 짝눈이 인간답게 살려고 발버둥 쳤다면, 영일은 집착과 의심을 키워간다. 전날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요섭 감독은 “이종석이 ‘백미남’이라면, 강동원은 ‘흑미남’”이라며 “진실을 알려고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현대 사회의 무기력함”이 영화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화도 설명해주는 게 많지 않다. 캐릭터 배경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 빈틈을 강동원은 스스로 채워나갔다. 참전 트라우마로 마약중독이 된 베테랑 재키(이미숙), 성전환 수술을 꿈꾸는 변신의 귀재 월천(이현욱), 어린 나이에 자식을 둔 막내 점만(탕준상) 등 팀원들의 기본 캐릭터 설정에 살을 붙였다. “가족 없이 짝눈과 어릴 때부터 단둘이 자란 영일”의 삶을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려본 것이다. “앵벌이 같은 걸 하다 어딘가 끌려가 지금의 일을 배웠을 거예요. 삶에 희망이 없는 사람, 이름 없이 무덤에 묻힐 것 같은 ‘깡통’(어떤 기록도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존재)들을 찾아 팀원을 ‘캐스팅’했을 거라 상상했죠.”

강동원은 “촬영 내내 혼자서만 생각한 내용이다. 어제 배우들과 회식하면서 처음 얘기하니까 다들 그렇게까지 상상도 못 했다더라”며 웃었다. “이미숙 선배는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 놀랐다고, 이렇게 필사적인 캐릭터인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촬영 직전까지 주인공의 집 세팅에 의견을 내고, 편집 지점을 고려해 연기하는 것도 그에겐 몸에 밴 작업 방식이다. “어려서부터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해” 공대에 진학했고, 지금도 목공을 즐기는 그다. “영화를 만들 때도 다 같이 재밌는 장난감을 조립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조커’ 같은 진짜 미친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제작자로서 활동도 준비 중이다. 최근 그가 직접 쓴 판타지 액션 영화 시놉시스를 각본가와 함께 장편영화로 개발해 내년께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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