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대선, 배심원 12명 손에 달려있다?…트럼프 성추문 평결 착수

본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한 최후 변론이 28일(현지 시간) 마무리됐다. 이날 최종 변론을 끝으로 배심원단은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평결 심의에 착수한다. 미국 정치권에선 12명 배심원단의 결정은 11월 대선의 판도를 가를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169673342471.jpg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성인 영화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돈과 관련해 34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최후변론에서 검찰은 4시간40분, 변호인 측은 2시간 이상 사활을 건 배심원단 설득 작업을 벌였다. 트럼프 측은 “검찰은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트럼프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사건의 핵심인 은폐에 트럼프가 가담했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특히 변론 내내 핵심 증인인 사건 당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코언을 거론할 때마다 “거짓말쟁이 최우수선수(MVP)”,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다. 반면 트럼프를 지칭할 때는 계속 “희생자”란 표현을 사용했다. ‘거짓말에 의한 희생자’라는 프레임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유용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줄 수 있는지,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코언을 옹호했다. 또 이달 초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노골적인 성추문 의혹을 폭로했던 대니얼스에 대해선 “대니얼스의 얘기는 지저분하고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그러나 이것이 핵심이고, 그의 이야기가 바로 (트럼프가 은폐를 시도한)범행의 동기”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 핵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2016년 10월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888만원)를 입막음 비용으로 지불한 뒤 이를 회사 장부에 법인 비용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다. 지난 6주간의 심리 과정에서 코언은 물론 대니얼스도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17169673343786.jpg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REUTERS=연합뉴스

만약 배심원단이 핵심 증인들과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판단할 경우 재판장은 수주 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을 결정하게 된다. 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부터 최대 4년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막바지 레이스를 펼쳐야 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형량을 떠나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란 낙인자체도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그러나 최근 ABC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4%의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분석됐고, 퀴니피액대 조사에선 지지 철회 규모가 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빙으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최대 6%의 지지층이 한꺼번에 이탈할 경우 여론의 무게추는 기울 수도 있다. 미국 매체는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경합주의 판세에 영향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배심원단이 무죄로 결론 낼 경우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또 배심원단의 결정은 만장일치가 돼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만약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평결 불일치' 상황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결 불일치 결정이 나오면 판사는 새로운 배심원단을 선정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트럼프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으로까지 야당 대선주자인 트럼프에 대한 동조 여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17169673345125.jpg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2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길 건너편에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후 변론이 진행된 이날 법정 밖에는 트럼프의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들이 각각 집회를 하며 극심한 대립이 벌어졌다. 특히 현장 기자회견에는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참석해 “트럼프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을 파괴하려 하고 있고, 결국 세계를 망가뜨릴 것”이라며 “배심원의 판단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그가 유죄라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드니로의 기자회견 직후엔 트럼프 캠프 측이 ‘맞불’ 회견을 열고 “바이든 캠프가 회견을 주최했다”며 “이는 트럼프에 대한 재판이 선거 개입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17169673346452.jpg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28일 미국 뉴욕주 대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3,55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