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미팅·엠티도 관심없다…“태권 종주국 자존심 세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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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 태권도의 금맥을 이을 기대주 박태준. 선배이자 롤모델인 이대훈과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지옥훈련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태권도 남자 58㎏급 국가대표 박태준(20·경희대)은 7월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그는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선봉장이다. 한국 태권도 선수 중 가장 먼저(8월 7일)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태권도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 2개에 그치며 ‘노골드’에 머물렀다. 한국이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그때가 처음이었다. 남자부로 범위를 좁히면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금맥이 끊긴 상태다. 결승전에 진출한 것도 2012 런던올림픽 이대훈(32·58㎏급 은메달)이 마지막이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의 경희대 국제캠퍼스 태권도 훈련장에서 박태준을 만났다. 그는 “한창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대학교 2학년인데 미팅도, 엠티도 안 가고 훈련만 하고 있다.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목표로 삼은 건 반드시 이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과정이 바로 그랬다. 박태준은 지난 2월 열린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3전 2승제)에서 대표팀 수퍼스타 장준(24)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장준은 2019 맨체스터 세계선수권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이 체급 최강자였다.

지난해까지 장준을 상대로 6전 6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던 박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파리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기본자세’를 아예 반대로 바꾸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나섰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왼발을 앞에 두고 경기를 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장준을 넘기 위해 오른발을 앞쪽에 두고 싸우는 훈련을 했다. 축구로 치면 오른발로 슈팅하던 공격수가 득점 찬스에서 왼발로 슈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른발을 앞에 둔 박태준의 움직임과 발차기는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공격 패턴을 읽을 수 없어 예측이 불가능해진 선수가 된 것이다.

박태준은 “학창 시절부터 누구한테 두 번 이상 진 적이 없는데, (장)준이 형에겐 여섯 번이나 연달아 졌다”면서 “싹 다 바꿔서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그게 통했다. 덕분에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돼 올림픽에서 상대 선수를 혼란스럽게 할 큰 무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박태준의 별명은 ‘신형 태권V’다. ‘태권V’로 불렸던 레전드 이대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박태준은 실력은 물론 성장 과정까지도 선배 이대훈과 빼닮았다. 체급도 이대훈과 똑같은 58㎏급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10년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훈은 2021년까지 11년간 세계 정상을 지키며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 올림픽 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준은 이대훈의 한성고 후배다. 이대훈의 후배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택했다. 이대훈처럼 박태준도 고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박태준은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훈을 모교인 한성고에서 따로 만나 원 포인트 레슨까지 받았다. 덕분에 박태준은 돌려차기, 나래차기 등 변칙 기술에다 이대훈의 전매 특허인 발 커트(발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기술) 기술까지 습득했다. 박태준은 “(이)대훈이 형처럼 ‘발 펜싱’보다는 화끈한 태권도로 상대를 제압하겠다. 대훈이 형이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신형 태권V’ 박태준

생년월일 2004년 6월 6일
체격 키 1m80㎝, 몸무게 58㎏
소속 경희대
체급 58㎏급
주특기 오른발 돌려차기, 나래차기
별명 리틀 이대훈, 신형 태권V
주요 수상
2022 맨체스터 그랜드슬램(58㎏급) 금
2023 바쿠 세계선수권(54㎏급)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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